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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2 에세이

오체투지, 기도를 하는 마음

2021.01.20 | PHOTO ESSAY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공덕역 인근에서 노동자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1대 첫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020년 12월 9일 종료되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이 모두 발의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8년 컨베이어 벨트 사고에 목숨을 잃은 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 2주기였던, 지난해 12월 10일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행진의 선두에는 故 김용균 노동자의 모습을 본떠 만든 조형물이 있었고, 그 뒤로 북을 치는 노동자들이 줄을 이었다. 북소리가 나면, 행진을 하는 노동자들은 바닥에 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게 절을 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아침에는 눈이 내려 아스팔트는 젖어 있었고, 노동자들의 흰옷은 점차 검게 변해갔다. 한 노동자의 이마에는 젖은 낙엽이 붙어 있었다. 오체투지 중, 1m도 안 되는 거리에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기도 했다. 나는 행진의 일부만 함께했지만 손발이 얼었고, 카메라도 꽁꽁 얼어버렸다. 성수역에서 출발한 오체투지는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인근 서강대교 남단에서 경찰의 제지로 끝이 났다.

대한민국은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3년 동안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를 21번이나 차지했다. 매년 평균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하루에 약 7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현황에 따르면 2020년 9월 말 현재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571명이다.

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2016년 방송계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갑질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는 현재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이 글이 인쇄되어 나갈 즈음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어,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으면 좋겠다.


글·사진 홍윤기
2015년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탄핵 정국, 홍콩 시위 등 크고 작은 사회 이슈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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