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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5 스페셜

스트리밍 서비스 파먹기 - 다큐멘터리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2020.10.05 | 불신 천국 논쟁 지옥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이 지구 전체에 비하면 너무나 좁은 곳이라 평평하게 보이는 것뿐이라는 사실. 아주 어릴 때 학습지에서 본 내용이다. 한 번도 이 문장의 내용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다큐멘터리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에 등장하는 ‘평면 지구인’들은, 지구가 구형이라는 이 정설에 의문을 품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을 넘어 대중을 적극적으로 설득한다. 평면 지구를 주제로 한 랩 음악과 책을 만들고 지역별로 학회까지 연다. 이들의 최대 적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평면 지구 이론은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호기심쟁이들의 귀여운 장난 수준을 넘어선다. 지구가 둥글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이미 증명된 사실을 기반으로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는 과학자들에게 이들의 주장은 하잘것없어 보일지 모른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들의 외침이 주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확증 편향으로 타인을 설득해가는 과정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그렇다면 평면 지구인들에게 ‘전문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구를 60억 살로 만들기 위해 교육제도를 고안한 이들이 공룡을 창조했다.’고 믿는 이들의 주장은 허무맹랑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평면 지구론을 지지한다는 사실은 공동체가 어떻게 논쟁해야 하는지, 문제 제기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평면 지구 이론이 단지 반론에 그친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 다큐멘터리엔 정부가 트랜스젠더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평면 지구인이 등장한다. 소수자를 배척하는 움직임은 반지성의 산물이다.

아직도 성소수자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듯이. 정신의학계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과연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대화가 가능하긴 할까. 쉽지 않을 테지만, 언젠가 마주해야 할 주제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한 과학자는 평면 지구인을 ‘미친’ 사람들이 아니라, 의심하는 사람들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지성을 손가락질하는 데서 끝난다면 증명된 공식과 정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계속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의견이 일치하거나 반론이 없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음모론을 핑계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백신을 거부함으로써 공동체의 면역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과학은, 또 인류는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 어떤 이론이 ‘이길 것이다’라는, 승패 구도가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같다. 우리가 평면 지구인을 파악하는 것은 논쟁을 종결짓고 승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정교하게 의심하고 명백한 사실을 신뢰하기 위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 이전에, 코로나19에 대항하는 마스크 착용의 효과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말이다.


황소연
사진 가상의 평면지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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