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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04 이슈

INSP

2019.06.19 | Finally Forever


오클라호마시티의 스트리트 페이퍼 <커브사이드 크로니클 The Curbside Chronicle>의 판매원 마크와 르네는 작년에 웨딩마치를 올렸다.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그들의 인생,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했던 결혼은 지금 꿈과도 같은 현실이 되었다. 이에 <커브사이드 크로니클>은 그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부터 웨딩 케이크를 입에 베어 문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마크와 르네는 신혼부부로서 함께 첫 곡에 맞춰 춤을 췄다. 이때 흘러나온 배경음악은 ‘Finally Forever’로, 지금은 고인 이 된 로커 크리스 코넬의 감성적인 발라드곡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의 가사는 결국 결혼하지 못하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홈리스로 길거리에서 지내던 중 처음 만난 마크와 르네처럼, 그 노래는 둘에게 다 절망적이었던 시기에 서로를 만나 위안을 얻은 그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곡이기도 했다.


2016년, 폭우가 시작된 후로 마크는 몇 달 동안 다른 잠자리를 찾아다니며 홀로 잠을 청해야 했다. 그의 잠자리란 고작 두 개의 소파 쿠션이 다였다. 그에겐 친구도, 돈도 거의 없었으며 아내를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홈리스 동료들을 만나 도움을 얻기조차 힘든 형편이었다. 하지만 마크는 씩씩하게 “모든 사람이 나에게 홈리스 커플은 절대로 길거리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전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다른 사람으로 인해 힘을 얻어 그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마크의 물건이 대부분 물에 잠겼을 때 르네가 그의 상황을 돕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마크의 임시 숙소를 담요로 덮고, 그의 잠자리가 좀 더 편안하고 집같이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네가 내 공간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을 때, 너를 대신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라는 ‘Finally Forever’의 가사와도 같았다.

처음엔 단순히 친구였던 그들은 점점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마크와 르네의 서로를 향한 구애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들의 데이트는 여느 커플과 같았다. 두 사람은 함께 중고품 가게를 방문하거나, 지역 정원에서 일하거나, 낚시를 가서 물고기를 잡아 야영지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에게 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마크와 르네는 둘 사이에 하나의 공통점을 찾았다. 바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내에게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녀가 남을 돕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에요”라고 마크는 웃으며 말했다. “함께 살 곳을 얻고 나서, 사람들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가끔 요리를 해서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해요”라고 르네가 덧붙였다.

특히나, 그들이 가장 좋아하던 데이트 장소는 Joe’s Addic- tion이라는 식당 겸 카페였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기꺼이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곳으로, 르네는 종종 여기서 요리를 하곤 했다. 또한 그들의 결혼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마크와 르네는 이곳의 소유주인 목사 제이미 줌월트 Jamie Zumwalt와도 각별한 사이다. 그는 르네와 마크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았다.

손님들은 춤을 추며 피자를 먹었고, 르네와 마크는 어린 시절 친구의 즉흥 기타 연주를 즐겼다. 결혼식이 끝나고 그들은 화려한 신혼여행을 떠나는 대신 그들만의 보금자리로 돌 아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들에겐 그것만으로도 아주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르네와 마크 부부는 “이제 우리 삶의 다음 장을 펼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뻐요. 내게서 도망가는 사람이 아닌, 평생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을 가졌다는 것이 행복해요. 결혼식은 우리가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사랑과 받을 수 있는 감사를 느끼게 해줬어요”라며 결혼식에 온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Writer Nathan Poppe
Photographer Ben Birdwell
Publisher The Curbside Chronicle(USA)
Editor 정지은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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