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김여행
경주를 떠올리면 첨성대, 안압지, 불국사, 대릉원 등 수많은 유적지와 문화유산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거기다 대릉원의 아름다운 목련과 동궁과 월지의 연꽃, 불국사의 겹벚꽃과 단풍. 어느 계절에 가더라도 고즈넉한 정취와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신라의 천년 고도. 이것만으로도 경주에 갈 이유는 충분하지만 내게는 근사한 핑곗거리가 하나 더 있다. 좋아해 마지않는 베이커리, 녹음제과.
녹음제과를 처음 간 건 2018년 가을이었다. 한옥을 개조한 따뜻한 분위기에 크루아상, 파운드, 식빵 등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운 빵이 가득한 곳. 언제나 푸르른 숲 풍경이 떠오르기도 하고, 폭신하고 달콤한 빵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는 이름 ‘녹음제과’가 더없이 잘 어울리는 빵집. 그때부터 녹음제과는 내게 경주에 가야 할 이유 중 하나이자, 경주에 간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되었다.
다소간 영원할 수 있다는 위안
경주는 서울에서도 제법 멀지 않아서 1년에 한 번은 갈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특히나. 그래도 한 번씩 택배 판매를 할 때가 있어 조금이나마 그리움을 달랠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가을로 들어서는 초입, 몇 년 만에 드디어. 오랜만에 찾아가니 얼마나 감회가 새롭던지. 가장 마지막 방문이 4년도 훌쩍 지난 시점이다 보니 아무래도 알던 풍경과는 달라진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의 그대로였다. 마치 2018년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 진열 방식이나 판매하는 빵 종류는 조금 달라지기는 했어도 가장 사랑하던 파운드와 과자 종류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다.
물론 여전히 무엇을 골라도 다 만족스럽고 맛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에 걸린 대릉원의 사계절을 찍은 사진. 처음 녹음제과에 방문했을 때부터 있었고 사장님도 무척 좋아한다고 하셨던 사진이 여전히 그대로 걸려 있는 걸 발견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세상 모든 일은 변하고 바뀌는 게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어쩌면 어떤 것은 다소간 영원할 수도 있다는 위안이 그곳에 있었다.
양손 가득 빵을 사고 나오면서 곧장 다음 경주행을 고민했다. 그게 언제가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나의 경주는 어떤 계절에든 항상 녹음제과가 있을 거라는 것.
녹음제과
경북 경주시 첨성로49번길 36
(사정동)녹음제과
일요일만 오픈 11:00-17:00
인스타그램 @nokeum_bakery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엑스 @_travel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