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남매 ‘토토(Toto)’와 ‘갈(Gal)’이 모험을 떠난다. <소닉>이나 <슈퍼마리오>를 좋아하는 이라면 게임의 인터페이스가 익숙할 것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골목길로, 게임 속으로, 책 속으로 흥분되는 여행을 떠나본 사람이라면 <로스트 인 플레이(Lost in Play)>는 즐길 요소가 충분한 콘텐츠다.
2023 앱스토어 어워즈에서 ‘올해의 아이패드 게임’ 부문을 차지한 게임. 스팀과 닌텐도에서 즐기던 게임을 태블릿과 모바일 환경에서도 플레이 가능하도록 출시한 버전으로, 게임 전체 버전은 8,8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사용 기한이 결코 짧지 않은 체험판을 먼저 경험하고는 홀린 듯 결제하게 됐다.

© <로스트 인 플레이> 플레이 화면
가상 세계와 현실의 조화
등장하는 캐릭터는 사람보다 사람이 아닌 존재가 더 많다. 게임 첫 화면에서는 한 소녀가 들판을 걸어가는데, 게임 진행에 따라 유저의 시점은 남매를 오가게 된다. 도깨비 같기도 하고 트롤 같기도 한 고블린, 곰과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도 등장한다. <파워퍼프걸>이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같은 미국 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의 표정, 컬러풀한 일러스트는 방치형 게임이나 관성에 기대 플레이하는 퍼즐 게임을 잊게 했다.
일상적인 장면과 꿈속 같은 상황이 번갈아 펼쳐지는 것도 재미있다. 공간이 눈에 익을라치면 게임의 배경이 변해 지루할 틈이 없다. 마치 미드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이층집에서, 부모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남매는 게임을 하고 뻐꾸기시계를 고친다. 어질러진 공간에서 나름의 규칙을 찾고 필요한 도구를 수집하는 일. 모험을 떠나기 직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준비 과정이다.

© <로스트 인 플레이> 플레이 화면
말없이 모험을
<로스트 인 플레이>에는 자막이나 음성 한국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남매와 등장 동물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효과음 같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유저에게 말을 건다. 게임에 대한 힌트를 볼 수는 있지만, 이 역시 문자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박스를 오려 색칠해 머리에 쓰는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위와 색연필 같은 재료를 모아 직접 합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식이다. 오델로와 체스를 섞은 것 같은 퍼즐을 할 수도 있는데, 기회는 무한하지만 힌트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30분 정도 매달린 끝에 상대를 이기고 게임 진행에 필요한 도구를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어드벤처와 여행을 오가는 게임 형태에 익숙하다면, 특히 방탈출 게임을 좋아한다면 빠르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로스트 인 플레이> 플레이 화면
더불어 게임 안에는 미니 게임과 인터랙션이 다양하다. 전통적인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듯 앞뒤 배경을 오가거나 점프할 수 있는 입체감, 풍성한 표정과 액션이 게임의 재미를 배가한다. 말풍선이나 대사로 진행 방식을 가이드해주지는 않지만, 게임의 난도가 아주 높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듯한 친숙한 그림체의 접근성 때문일 것이다. 게임 내 인터랙션 순서에는 이렇다 할 규칙성이 없기 때문에, 한 가지 조작 방식에 익숙해지면 다른 조작 방식이나 게임 룰에 적응해야 한다. 단조롭고 차분한 플레이를 원한다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새해를 즐겁고 활기차게 시작하고 싶다면 <로스트 인 플레이>의 세계에 자기 전 잠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게임 속 남매가 펼치는 모험이 당신의 꿈에서 이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와 더불어 체크해야 할 소식이 있다. <로스트 인 플레이>를 만든 스냅브레이크 게임즈는 오는 4월 또 다른 어드벤처 게임 출시를 예고했다. 도둑이 되어 기묘한 저택을 탐험하는 , 멀티버스의 비밀을 풀어나가야 하는 가 그것이다. 남매의 시선으로 세상을 모험하며, 두 게임의 출시를 기다려본다. 스냅브레이트 게임즈 홈페이지에 떠 있는 문구대로, “새로운 모험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 황소연 | 사진. <로스트 인 플레이> 플레이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