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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5 커버스토리

<세풋보> 입덕 대비반을 위한 요점 정리

2023.08.31

모르고 봐도 재밌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이하 <세풋보>) 덕후가 제시하는 <세풋보> 즐기기 가이드.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세풋보>의 매력을 요점만 쏙쏙 뽑아 정리했다.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기초 과정>
가상 속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화면 속의 화려한 아이돌! 그런 건 현실과 멀다고만 치부해왔는데, 첫사랑과 재회하게 되는 만화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에이, ‘만화는 현실과 달라서 재밌는 거 아니겠어?’

1999년, 대한민국 세모동에서 나고 자라 백제중에 다니고 있는 16세 ‘황미애’에게 순정만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어릴 때 만났던 남자아이가 옆집에 이사 온 데다가, 같은 학교의 같은 반으로 배정되더니, 심지어는 나란히 짝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우연으로 의지와 상관없이 엮이게 된다.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중급 과정>
비행기를 세어봤자 원하는 들어주기는 할까? (29 황미애의 독백)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황미애는 중학교 3학년, 입시생이다.(1999년에는 고교평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 많았다고 한다.) 학업에 몰두해야 하는 시기임이 분명하나 좀처럼 진지하게 임하지 못하는 산만한 성격이다. 그러나 쉽게 흐트러지는 황미애의 시야에도 오래 머무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비행기’이다. 황미애는 ‘비행기를 1000개 세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속설을 믿고 어려서부터 꾸준히 비행기를 세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졸업했을 유치한 행동을 여전히 취미로 삼고 있다. 오기와 승부욕이 강하지만 감정을 표현할 땐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상대에게 진심을 전할 줄 안다. 타고나길 부산스러운 방향치라 제 내면의 경로 탐색마저 어려워하고 있지만, 헤매는 만큼 커다란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아이다.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비행기는 구름 위로 날아 (41 김철의 대사)
김철은 평균 성인 남성보다 큰 키와 덩치에다 눈가에는 인상을 더욱 사납게 만드는 흉터까지 있다. 학교 일진과 17:1로 싸우고 전학을 왔다는 자극적인 소문까지 더해져,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마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와는 달리 김철은 아주 선하고 곧은 성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대상화하는 시선들로부터의 자기방어 수단으로 까칠한 말투와 인상을 찌푸리는 습관을 습득하게 되었으나, 그뿐이다. 실상은 여동생과도 잘 놀아주고 부모님의 심부름도 곧잘 하며 공부도 열심히 하는 굉장히 성실하고 착한 아이다.


비행기는 구름 위로 날기 때문에 비가 와도 운행한다. 악천후에도 꼿꼿이 제 경로를 따라 전진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가졌다는 점에서, 충분히 삐뚤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도 제 ‘선함’을 지켜낸 김철과 닮았다.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심화 과정>
우린 동지야! 앞만 보고 가자! (64 황미애의 대사)
황미애는 로맨스 장르의 대중매체를 즐기나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어쩌다 고백을 받으면 심히 당황스러워하고 불편해할 정도로 연애에 대한 환상이 없다. 황미애의 신체 특징인 유달리 작은 키와 짙은 눈썹이 철없는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의 표적이 되기 일쑤였으므로, 이성에게 호감을 쌓을 계기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열 살 여름방학, 가족들과 놀러 간 시골에서 만난 김철만은 예외였는데, 6년 후 재회한 그 아이는 저 먼 행성에서 찾아온 것처럼 어렵고 낯선 소년이 되어 있었다.

친구들은 황미애가 김철과 반복적으로 엮이자 그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황미애에게는 김철이 자길 괴롭히거나 때리진 않을 거라는 이유 모를 강한 확신이 있었다. 6년 전, 시골에서 김철과 보냈던 즐거운 시간에 대한 기억이 황미애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호감을 바탕으로, 황미애는 김철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과 편견을 무시하고 제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 세상과의 거리감을 유지한 채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지 않았던 김철과 친구가 되고자 다가간다. 본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황미애의 때 묻지 않은 애정 덕분에 김철도 서서히 변화한다. 김철이 황미애의 애정에 화답하는 과정에서 그의 선한 본성이 두드러진다. 둘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김철은 다시 한번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 준비를 시작하고, 황미애에게도 든든한 버팀목 같은 친구가 생긴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면서 새살이 돋아가는 성장통을 함께한다.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으며 복잡한 세상에 적응하고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극단적인 신체 특징 때문에 억울한 상황을 많이 견뎌야 했던 둘은 서로를 지켜주는 든든한 ‘동지’가 되어준다. 함부로 평가하는 주변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앞만 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자립심과 협동심을 동시에 키워낸다. 마침내 둘은 영원한 친구를 약속하게 되었으나, 우정으로만 정의하기 어려운 마음을 품어버린 이 둘이, 훗날 그 약속을 후회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응용 과정>
16, 없기가 마치 우주와도 같은 나이 (98 내레이션)
문명 개발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던 혼란기이자 아날로그 감성이 많이 남아 있던 ‘세기말’에서, 격동적인 시기인 ‘사춘기’ 아이들은 알 수 없기가 마치 ‘우주’와도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아이들은 질서를 찾아낸다. 예민하고 내향적인 김철이 학교에 적응해가는 과정과 무던한 성향의 황미애가 어릴 적 친구에게서 이성적 긴장감을 인지하게 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감상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가진 애정이 각자의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둘의 세밀한 감정의 흐름에 따라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늘어나서 재생할 수 없지만 간직하게 되는 테이프처럼, ‘영원히 잊지 못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기억’이 있다.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은 ‘첫사랑이라는 당도 높은 감정을 겪으며, 서서히 과실을 맺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성장 과정을 겪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팍팍한 일상에 건조해진 마음에 보습 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개

이네일
<세풋보>의 열혈 팬.


글. 이네일 | 이미지제공. 순끼·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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