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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0 컬쳐

BOOK - <버샤>, <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2023.06.05

<버샤> 표명희 지음, 창비 펴냄

ⓒ <버샤> 책 표지

국제공항 출국장 한구석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이슬람 난민 가족이 있다. 내전 중인 자국을 떠나온 버샤네 여섯 식구는 난민 캠프를 전전하다 한국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한국 정부에서는 그들을 쉽게 난민으로 받아주지 않고, 그들은 난민 인정 심사를 기다리며 공항을 떠도는 처지가 된다. 내전 중 겪은 상처로 실어증에 걸렸지만, 버샤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대로 선진국 중 최하위에 속한다. 또한 인종차별과 이슬람문화를 배척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더 나아가 노 키즈 존, 노 시니어 존 등 세대나 성별, 지역에 따라 자국민끼리 편을 가르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도 노골적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버샤가 책 속에서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이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난민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별 여행자’로서 떠도는 난민이라는 작가의 말이 마음 깊이 와닿는다. 아, 그리고 버샤는 진짜 버샤가 아니었다. 아이샤가 버샤로 살아가게 된 아픈 이야기를 책에서 들을 수 있다.

<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이주희 지음, 믹스커피 펴냄

ⓒ <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책 표지

저자는 유서 깊은 유럽 도시 기행을 위한 인문학 가이드를 자처한다. 배낭여행 중 이탈리아에 마음을 뺏긴 그는 박물관 학예사가 되기 위해 10년의 시간을 보낸다. 서른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공정 여행을 지향하는 여행사의 기획자가 되어 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고, 지역민에게는 보탬이 되는 지속 가능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럽 17개국의 36개 도시 일상에 스며든 역사, 예술, 책, 라이프스타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길가의 돌덩이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긴 로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 자연을 품고 있는 훔레벡, 괴테가 평생 뿌리내린 고전문학의 보고가 있는 바이마르, 나치가 자행한 ‘책의 화형식’을 기록한 베를린의 책이 한 권도 없는 ‘매장 도서관’ 등, 어디서도 쉽게 듣기 어려운 덜 알려진 도시의 속살까지 볼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유럽의 도시 곳곳을 ‘마을버스’를 타고 여행한 기분이 든다.


글. 안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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