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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0

느슨하고 끈끈한: ‘딴짓’ 박초롱 대표

2023.06.05

완간 호를 마지막으로 출판사 ‘딴짓’은 더 이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의 시간은 박초롱 대표에게 큰 의미로 남아 있다. 분절된 듯했던 출판인들과 사실은 끈끈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서다.


ⓒ 방명록 ©플랫폼P입주사협의회

대표님의 기억에 남은 플랫폼P의 풍경이 궁금합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플랫폼P가 이 건물의 2, 3층을 쓰고 있어요. 3층이 입주단체를 위한 공간인데요, 출근을 하면 3층으로 가서 사무실에 먼저 자리를 잡고 일을 해요. 출근길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아는 얼굴들과 조용히 인사를 나눠요. 그러다 점심시간에는 2층에 내려와서 도시락을 먹고요. 2층의 안쪽엔 넓은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출판인들을 위한 워크숍이 다양하게 열려요. 편집, 교정교열, 1인 출판사를 위한 세무 상담, 일러스트나 사진 촬영 등이요. 원하는 강연이 있으면 듣고, 저녁엔 다른 입주단체 분들과 소모임을 하기도 해요.

입주해 계신 플랫폼P가 마포구청에 의해 용도변경 될 위기에 처해 있지요. 이 소식은 입주 단체들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었는지,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딴짓’은 1기 입주사여서 올해로 3년 차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7월에 나가는 것이 확정되어 있었어요. 이 공간의 연장과는 별개로 저희 1기 입주자들은 모두 7월에 퇴실하게 되죠. 어느 날부터 이곳이 일자리센터 같은 곳으로 바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왜 아무 얘기가 없지, 사람들의 마음만 붕 뜬 채였는데 어느 날 입주 센터로부터 입주민들에게 단체 메일이 도착했어요. 현재 마포구청에서 입주 계약 연장심사에 대한 절차를 밟고 있지 않고, 신규 입주도 받지 않고 있다고요.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 운영에 필요한 업무 진행을 하지 않는 거죠. 다음 단계를 밟아야 또 다른 출판인들이 입주하고 공간이 활성화될 텐데 말이에요.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내부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플랫폼P 입주자들을 위한 뉴스레터도 만들었어요. 구청에 질문을 해도 명확한 대답이 오지 않았고, 특히 최근에 입주한 분들은 더욱 당황스러우셨을 거예요.

ⓒ ‘딴짓’ 박초롱 대표

마포구청이 플랫폼P 입주사 요건에 마포구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구차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마포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마포구에 안 살면 다 내쫓을 건가요? 마포구에서 대학 다니는 사람들은 마포구에 안 살면 그 대학 못 다니는 건가요? 저희는 세금을 내고 있어요. 그 돈으로 구정을 운영하면서 우리를 배제하고 싶다면, 우리가 내는 세금을 받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플랫폼P에서 출판인들 사이의 네트워킹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나요?
책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가는 이 시스템에 제동을 거는 일이자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키워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개인주의적이고 조용해 보이는 출판인들의 마음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요.

최근 딴짓에서 주력하고 있는 일이 궁금합니다.
출판사를 2015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9년 차가 됐어요. <딴짓매거진>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충분히 다 전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출판인이자 글쓰기 노동자로 일하고 있고, <어른이 되면 단골 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가 저희 출판사의 가장 최근 작품이에요. 그리고 팟캐스트 방송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를 진행하고 있어요.

딴짓이 플랫폼P 입주를 통해 얻은 건 뭘까요?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것이요.
든든한 뒷배경이 돼주는 곳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과거와 현재의 일의 방식은 정말 많이 달라졌잖아요. 프리랜서를 비롯한 출판인들이 자유로운 형태로 일을 하지만, 그렇다고 안정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그 안정성을 채워주는 게 플랫폼P라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커다란 품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글 | 사진.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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