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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4

조울증 이후 펼쳐진 새로운 세상 (2)

2023.03.07


이 글은 '조울증 이후 펼쳐진 새로운 세상 (1)'에서 이어집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 지우기

ⓒ <Hempels>

하커 외에도 정신질환을 극복한 사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를 더 찾아볼 수 있다. 하커는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포괄성을 옹호할 때 의도적으로 차분하게 말한다. 하커의 목소리는 첫인사 당시 악수를 할 때와 같이 부드럽다. 한때 조울증과 미래에 대한 절망감에 빠져 지냈던 그는 우울감이라는 매우 심각한 정신질환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커는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다면, 어딘가가 아픈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숨을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커는 조울증을 앓을 당시 숨지 않았다. 입원은 친구, 동료와의 대화, 기독교를 향한 신앙심과 마찬가지로 조울증 호전에 도움이 됐다. 하커는 “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신질환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끊임없이 여러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정신질환 극복이라는 여정은 가치가 있는 일이다.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기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하커는 명상과 6개월마다 받는 진료 덕분에 삶의 균형을 갖추었다. 하커가 마지막으로 조울증에 시달린 것도 이미 7년 전 일이다.

하커가 발견한 조울증 극복 수단 중 하나는 글쓰기이다. 하커는 조울증 발병 초기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커에게 글쓰기는 중단과 집중, 한 가지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다른 정신질환자를 지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커는 지금까지 아동도서 한 권과 희곡 두 편을 포함한 저서 일곱 권을 출판했다. 하커의 저서 대부분 단편 인쇄본이다. 하커는 매일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고, 일주일 단위로 정신질환을 주제로 작성한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이 뉴스레터는 신문사와 교회 단체, 협회, 개인 등 여러 곳으로 발송된다.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바로 하커가 정신질환을 향한 부정적 낙인을 없애기 위해 한 노력이다. 지금까지 하커가 정신질환의 낙인 문제를 다루면서 마주한 장벽이 있을까? 하커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글을 읽을 때, 훌륭한 독자 절반은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이다. 그중 다수는 나중에 나에게 ‘정신질환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하커가 언급한 사례는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없애려는 노력과 관련한 답변 중 일부분일 뿐이다. 하커는 자신이 경험한 좌절감도 언급했다. 하커는 코로나19 초창기에 어떠한 내용이든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어떠한 노력을 해도 전혀 진전이 없다고 느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낙담할 만한 또 다른 일이 발생했다. 하커는 “정신질환이 있다면, 종종 일을 할 수 없거나 받을 수 있는 수당이 매우 적다. 따라서 정신 건강 상태가 나아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방법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은 종종 일을 제대로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정신질환자 개인에게는 더 나은 삶을 만들 기회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커는 좌절감에 빠져 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자 한다. 하커는 “정신질환과 관련된 인식 변화에 영향을 주고자 한다. 그리고 정신질환으로 문제를 겪을 때 서로 의존한다.”라고 말했다.

하트무트 하커는 스스로 살아갈 이유를 되찾았지만,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하커는 다른 정신질환자도 삶의 이유를 찾도록 독려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신질환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하커의 사례가 누구나 평화를 되찾고, 정신적으로 평안한 상태로 돌아가도록 할 계기가 되어야 한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 회원으로서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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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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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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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Peter Brandhorst
한글 번역. 고다솔
기사제공. <Hemp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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