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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2

밥퍼나눔운동본부 취재기 ― 인간다운 한 끼를 위해 (2)

2023.02.04


이 글은 '밥퍼나눔운동본부 취재기 ― 인간다운 한 끼를 위해 (1)'에서 이어집니다.

겨울 지나 봄이 오듯

처음 봉사에 참여한 이부터 수년간 봉사해온 베테랑까지 열다섯 명가량의 봉사자와 밥퍼 직원이 밥과 반찬을 배식하기 편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홀 한 편에는 추가로 밥과 국, 반찬이 놓여 있다. 건물 안으로 어르신들이 한두 명씩 계속 들어오며 곳곳의 빈자리를 채웠다. 배식 전 최 이사장이 앞으로 나가 모두에게 인사를 건넸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 밥퍼에도 봄이 찾아옵니다. 반가운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2월 1일부터 밥퍼는 오전 11시 한 번만 배식하지 않고 오전 7시 정각에도 아침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습니다. 오시면 누룽지나 떡국같이 따뜻한 음식을 드시면서 TV도 보고, 바둑도 두고 하시면서 8시까지 여기에 있다가 11시에 배식할 때 또 오시면 돼요. 일찍 오실 분들은 6시에 오셔서 몸을 좀 녹이시다가 아침을 드시면 됩니다.”

불법 증축이라며 밥퍼를 고발한 동대문구청은 건물의 실주인인 서울시에도 5400만 원의 건축이행강제금을 부과했고, 서울시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해당 건물을 무료 급식소로 사용해온 12년 동안 구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밥퍼를 합법 건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두가 합의했다고 믿고 있었는데 돌연 불법 시설로 전락해버린 현 상황에서도 밥퍼는 배식을 하루 1회 추가했다. 새벽같이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밥을 먹었느냐는 질문은 식사 여부를 묻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밥을 통해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다. 그래서 한 끼 식사가 보장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안녕이 최소한이나마 지켜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먹을 음식이 있고, 먹을 장소가 있고, 그 시간을 함께할 사람이 있는 하루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의 내용과도 궤를 같이한다. 밥퍼는 오늘도 새벽같이 문을 열고 당신에게 묻는다. 그래서, 식사는 하셨나요?


글. 원혜윤
사진. 윤희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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