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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1 에세이

당신의 하차를 응원하다 ―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기관사 양원석 님 인터뷰

2022.08.24


직업의 수는 사람의 수보다 적다. 하지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각자 품은 직업에 대한 이상과 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직업에 얽힌 수많은 장면이 존재하는 이유다. 사람 하나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만들어지는 직업에 관한 이야기들을 ‘직업으로서의 ○○○’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는 양원석 씨는 에세이 <고민과 걱정은 열차에 놓고 내리세요>에 일을 향한 애정을 듬뿍 담아냈다. 어린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이루고, 그 일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하는 꾸준한 태도와 배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현재 기관사라는 본분을 잠시 내려놓고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에게 업무 공간과 소통 창구로서의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하철 기관사로 첫걸음

어릴 적 나는 할머니 댁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지하철을 타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 댁 베란다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기관사의 꿈을 키웠다. 그때는 사실 지하철의 크고 웅장한 자태에 매료되었을 뿐,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고, 또 누가 운전하는지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다만 유독 지하철에 쏟는 관심은 쭉 유지됐다. 중학교 때 방학 숙제로 서울 지하철을 조사하러 갔을 때, 나는 지하철 기관사가 되기로 다짐했다.

이후 비교적 어린 나이에 철도차량운전면허를 취득했고, 군대까지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은 지금도 떠올리기 싫을 만큼 끔찍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끈질긴 인내와 노력 끝에 2017년 12월 31일 마침내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기관사가 되었다.

<고민과 걱정은 열차에 놓고 내리세요>의 탄생

ⓒ <고민과 걱정은 열차에 놓고 내리세요> 책 표지

취업 준비생 시절의 어느 날, 약속이 있어 서울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그때 객실에 울려 퍼진 따뜻한 안내 방송.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짧은 한마디에 그동안 쌓여 있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단숨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도 나중에 기관사가 되면 승객들을 위해 멋진 안내 방송을 하기로.

마침내 나는 기관사가 되었고,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한 후에 승객들을 위한 따뜻한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이 떨리고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하우가 생기고 자신감이 붙어 더욱 인상적인 안내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안내 방송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승객들의 칭찬이었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나 문자메시지에 해당 열차 칸 번호를 입력한 후 칭찬할 내용을 적어서 전송하면, 해당 열차를 운행하는 승무원이 누구인지 조회할 수 있다.

특히 2020년 서울 지하철 최우수 방송왕 선발 대회에서 1등에 오른 일은 그동안 갈고닦은 나의 안내 방송 내용이 만천하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 시기에 수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고 라디오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이때 처음 연락을 주고받은 출판사 관계자분과의 만남을 계기로 도서 출간을 계획하게 되었고, 이후 1년 2개월이라는 기간을 거쳐 지난 4월 25일 <고민과 걱정은 열차에 놓고 내리세요>라는 아름다운 제목을 단 책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출판 이후 달라진 생활

책을 출간한 이후 언론 인터뷰와 방송 촬영이 쇄도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으로서 회사를 널리 알리게 되었고, 그것은 지하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이 지하철 기관사의 근무 환경 등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개인 SNS에 공유해주신 내 책을 읽고 느낀 독후감을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작게나마 소통한다는 느낌도 받고 있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일과 하면 좋을 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해도 된다고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이런 고민을 가진 분이 있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어떤 일이든 말이다.

마지막 운행 그 후

2022년 6월 30일, 이날은 내가 서울 지하철 5호선 기관사로서 마지막 운행을 하는 날이었다. 내가 시야를 조금 더 넓히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기관사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본사 근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관사 시절에 열심히 하던 안내 방송을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업무를 배우며, 먼 미래의 나를 위해 이전보다 더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세상은 참 각박하고 정신없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한 어려움과 역경이 찾아와도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할 힘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삶이 어제보다 더 빛나고,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삶이 되기를 바란다.


. 양원석
<고민과 걱정은 열차에 놓고 내리세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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