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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6 인터뷰

빵으로 연결되는 곳 ― 프란치스꼬 빵집 (1)

2022.06.16 | 발달장애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프란치스꼬 빵집

직업 재활 시설 해나무일터프란치스꼬 빵집에선 발달장애인 여성들이 빵을 굽는다. 먹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도 행복을 주는 공간이다. 발달장애인 여성들이 빵을 만드는 공정에 참여하면서 나날이 성취감과 소속감을 얻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은정 씨는 프란치스꼬 빵집에 대해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늘 불행한 건 아니에요. 이들이 이렇게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조은정 씨를 만나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성실하게 맡은 일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평범한 빵집의 이야기를 들었다.


프란치스꼬 빵집에선 여성 발달장애인들이 일하고 계시는데, 이분들을 중심으로 채용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 복지시설의 운영 주체는 성프란치스코 수녀회예요. 수녀회의 정신에 따라 차별받는 여성과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어요.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대체로 여성과 관련한 복지사업을 지원해요. 저희는 그중에 직업 재활을 맡고 있어요. 직업 재활 시설은 장애인의 일과 사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요. 여성 발달장애인은 가장 일을 갖기 어려운 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빵집의 하루 일과를 설명해주세요.

여느 회사와 비슷해요. 비장애인들과 동일한 환경에 취업해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이 성인이 되어 일을 안 하거나 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분들이 시설에서 직업 생활과 사회 활동을 같이 한다고 보시면 돼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빵을 만들고, 오후 2시쯤이면 일과가 끝나거든요. 이후에는 복지시설에서 재활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요. 일하는 시간과 훈련하는 시간을 무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긴 어려워요. 일하면서 훈련도 하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보내는 곳이에요.

입사하는 과정도 다른 회사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되나요?

네. 다만 다른 점은 일차적으로 상담해서 구직자가 어떤 이력을 가졌고, 기존에 어떤 일을 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 파악해요.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니까요. 장애를 가진 만큼 개인의 능력치가 다 다를 수 있거든요. 글자를 안다면 단어를 읽을 수 있는지, 문장을 파악할 수 있는지,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고 일주일 정도 현장에서 실전에 돌입해요. 장애인분도 이곳에서 일을 할지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는 거죠. 저희도 그분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보고요. 이 과정을 보통 직업 평가라고 말해요. 이후 바로 일할 수 있으면 근로계약서를 쓰고, 당장 일하기는 어렵다면 훈련을 진행하고요. 저희 정원은 30명인데, 이 중 20명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고 10명은 훈련생이에요.

정형화된 탈락 시스템은 없는 거군요.

네. 일할 수 있는 기준만 있어요. 각자 일을 수행하는 난이도는 다 다를 수는 있어요. 어떤 사람은 어려운 지시도 이해하고 따를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업무 파트가 세 분야로 나뉘거든요. 제빵 근로자가 10명, 단순 조립 근로자가 10명, 훈련생이 10명 있어요.

현재 판매 경로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온라인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기도 하고, 기관 안에 음료와 빵을 같이 파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가 식품제조가공업 영업등록이 되어 있거든요. 카페에 납품하면 그곳에서 판매하시기도 하고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되어 있어, 우선 구매 대상이기도 해요.


일하시는 분들의 연령대는 어떤지도 궁금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들어올 수 있거든요. 막 학교 졸업하고 온 분도 있고, 가장 나이 많은 분은 40대 초반이에요. 정년은 만 60세인데, 아직 정년을 맞은 분은 없어요. 다만 발달장애인이 장애의 특성 때문에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시점이 대체로 만 40세 전후거든요. 그 이후에 퇴사하거나 훈련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 글은 '빵으로 연결되는 곳 ― 프란치스꼬 빵집 (2)'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사진제공. 프란치스꼬 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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