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의 빌런 히어로 ‘베놈’이 3년 만에 솔로무비로 돌아왔다.<베놈2 :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연쇄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의 몸에서 자라난 또 다른 심비오트 ‘카니지’가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한다. <베놈 2>를 장르적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액션·로맨스·버디무비’라 할 수 있겠다. 전편이 에디브록(톰하디)과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가 결합하며 베놈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베놈 2>는 에디와 베놈이 티격태격 합을 맞춰나가는 버디무비에 가깝다. 후반부 그들이 버디로 서의 합을 보여주기까지 “쟤들은 진짜 부부 상담 받아야 돼.”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에디와 베놈의 말다툼과 몸싸움이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번 영화에서 베놈에게 빌런의 면모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베놈은 멋진 히어로가 되고 싶은 반려 외계 생명체에 가깝다. 투덜대긴 해도 인간을 먹는 걸 금지한 에디의 말을 잘 따르며 닭과 초콜릿으로 연명한다. 에디에게 농담을 던지고 위로의 요리도 해주고 사람들의 파티에 껴서 노는 베놈은 귀엽다. 원작과 달리 꽤나 인간 친화적이고 유머러스한 베놈의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강하고 잔혹한 빌런의 정체성을 잃은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재미는 액션에 있다. 특히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카니지’의 비주얼과 움직임이 주는 압도감이 크다. 카니지의 탄생을 위해 제작진은 원작 만화책을 바탕으로 카니지의 해부학적 구조부터 그를 이루는 물질, 액션 스타일까지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전문 무용수들과 함께 카니지만의 독특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글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