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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7

하우스리스(houseless), 홈리스(homeless)

2021.09.02

요샌 어딜 가나 집 얘기들이다. 아파트 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얘기, 집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삶이 너무 벌어져 집 없는 사람들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

너무나 절실한 현실 속 이야기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마치 딴 세상에서 떠도는 외계어인 양, 다른 현실과 다른 소망을 말한다. 이를테면 집은커녕 한 평의 자기 공간도 마련하기 힘든 홈리스들이 꿈꾸는 집은 몇 평짜리 아파트 같은 것이 아니다.

얼마 전 비슷한 시기에 홈리스이거나 홈리스였던 여성이 각각 사무실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여성은 고시원 월세가 밀려 쫓겨나면서 거리에서 잠 잘 위기에 몰리자 내가 있는 일시보호시설에 왔었고, 세 달쯤 뒤에 자활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자 고시원을 얻어 나간 A씨이다.

월 60만 원 남짓인 자활근로 급여지만 그래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서 용기를 내어 고시원을 임시거처로 택했었다. 고시원 생활 6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A씨는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러고서 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몇 달을 열심히 알아보러 다녔다. 시설에서 멀리 떠나고 싶지 않아 연희동 가까이에서 집을 보러 다녔는데 LH에서 빌려주는 전세주택 임대비가 9천만 원이나 되는데도 원룸 얻기가 힘들더라고 했다. 그런데 드디어 맘에 드는 집을 계약하게 돼서 한 달 후에 들어갈 수 있다 했었고, 그게 마침 다음다음 날이라며, 그간 신경 써주고 도와주어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온 참이었다. 감사하다니, 감사는 내가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손바닥만 한 자기 공간을 찾지 못해 온 세상을 전전하는 홈리스 여성들을 워낙 많이 만나는 내 입장에서는 창문도 없는 열악한 고시원 생활을 잘 버티고 결국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된 그녀가 오히려 고마웠다.

한 몸 누일 곳을 찾아

또 다른 여성 B씨는 재작년 겨울 즈음부터 시설을 이용하다가 역시나 자활근로에 참여하면서 고시원으로 나갔고, 작년에 전세임대주택 지원을 받게 되어 방을 얻었던 사람이다. 어디에 방을 얻었냐고 물어도 한사코 얘기를 해주지 않는 데다 자활근로도 그만두고선 시설에 발걸음을 하지 않으면서 몇 달간 소식이 끊겼었다.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된 건 어찌 보면 우연치 않은 경로를 통해서였다. 시설 인근의 주민센터 사회복지과 공무원은 우리와는 애증의 관계이다. 홈리스 여성들이 자기 구역으로 많이 전입하여 일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해오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이후에는 그래도 홈리스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수급자 선정에도 도움을 많이 주는 우호적 관계였다. 그러다 다른 구로 옮기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전화가 온 것이었다. 자기 지역 주민에게 민원이 들어왔는데 듣자 하니 노숙 경험이 있는 여성인 것 같다며 함께 상담을 나가보자는 거였다. 주인이 집수리가 필요해 이야기를 해보려는데 당사자가 문도 안 열어주는 상황이어서 그쪽 사회복지과로 SOS를 친 것이란다. 그렇게 해서 공무원과 함께 그 집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날은 인기척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가 다시 가서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몇 달 전 연락이 끊긴 B씨였다.

그녀의 방은 반지하에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집 안이 대낮인데도 컴컴했다. 불을 켜니 예상했던 대로 집은 어수선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사람이었는데 치료는 중단한 지 꽤 된 거 같았고 벽에는 십자가 그림과 낙서가 가득했고 그녀가 하는 말은 대부분 비현실적이었다. LH로부터 전세주택 임대료를 지원받으면 그 지원금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한다. 그게 월세인 셈이다. B씨는 입주 후 전세금 이자를 거의 내지 않았다고 했다. 이러면 퇴거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자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만 가라고 밀어냈다. 가져간 일회용 식료품들을 문 앞에 두고는 등 떠밀려 돌아왔다.

이후의 스토리는 정말 지난하다. 결국은 퇴거명령서가 붙게 되었고 답이 없자 다시 시설을 찾아왔지만 해결 방법을 찾기 힘든 상태였다. 코로나19 감염예방 대책으로 시설에 출입하려면 선제검사를 받고 와야 했는데, 그런 걸 이해해줄 상황이 아니었던 그녀는 자신을 무조건 두 팔 벌려 맞이해주지 않는 실무자에게 분노만 커져서 소리를 지르고 휙 하니 돌아가길 반복했다. 주민센터 공무원들과 LH 관리소 측과 집주인이 차례로 그녀를 만나 해결책을 의논하려 했지만 그냥 집에서 버티는 전략을 썼다. 그녀의 위태로운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던 그녀가 코로나19 검사도 하고 사무실을 찾아온 터였다.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긴급생계비를 받아서 몇 달을 버텼고, 이제 그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밀린 이자를 내야 하는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는 힘들다며 시설 자활사업에 다시 참여할 수는 없겠느냐는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었다. 웰컴. 왜 안 되겠는가. 다시 같이 열심히 일해서 밀린 이자도 내고, 어렵게 들어간 그 집을 잘 유지해보자고 설득하고 격려하고 헤어졌다. B씨가 다시 일을 시작한 지는 일주일쯤 되었는데 출근도 잘 하고 일도 할 만하다고 한다.

내 것이라곤 없는 삶

홈리스 여성들은 꽤 오랜 기간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떠도는 생활을 한다. 월세가 밀려 쫓겨나서 갑자기 노숙 위기에 몰리는 여성들도 있지만, 그 ‘갑자기’라는 것도 듣고 보면 불안정한 비주택 생활과 더부살이를 전전했던 전력의 최종 종착지인 경우가 많다. 거리에서 잠을 자지 않았을 뿐, 고시원과 찜질방 생활, 만화방이나 PC방 생활, 친정집 더부살이, 형제자매 집 더부살이, 그리고 친구나 지인 집 더부살이까지.

성인이 되어 자기 소유의 집은 고사하고 독립적인 방 한 칸조차 누릴 수 없는 생활, 자신만의 최소한의 울타리가 없는 생활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기는 너무나 힘들다. 우리 시설에 처음 온 대부분의 여성들은 거리에서 잠자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다 보면 모든 것이 ‘공용’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자기 것을 사수하며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 시설의 경우 홈리스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사적인 공간, 자신만의 공간은 가로 60㎝, 세로 180㎝의 전자키 장치가 있는 사물함 정도이다. 사물함에 들어가지 않는 개인 물건은 언제 어디서나 쉬 없어질 수 있다. 시설에서 일하다 보면 속옷이나 수건을 잃어버렸다, 널어놓은 빨래가 없어졌다, 콘센트에 꽂아뒀던 휴대전화 충전기가 없어졌다는 호소들이 흔하다. 심지어는 분명히 잠금이 되어 있는 사물함에 둔 물건도 없어졌다는 사람들이 있어 애를 먹인다. 어떤 땐 피해망상인가 싶을 정도의 호소들도 있다. 어쨌든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삶이란 그 작은 물건들조차 없어지거나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일상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2021년 7월 말부터 거리두기 방침이 4단계로 격상되었다. 사회복지시설들은 수용 인원을 줄이고 거리두기를 철저히 해서 집단감염의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 홈리스 여성에게 긴급 잠자리를 제공하는 우리 시설도 이용인과 이용인 사이의 잠자리 거리를 1m씩 떨어뜨려야 한다. 1m를 떨어져 지내 감염 위험이 다소라도 줄어든다면 반드시 그래야 하리라. 그러나 전염병 유행이 없다고 한들, 생면부지의 사람이 한 방 생활을 하는데 1m의 거리도 두지 못해왔다면, 아무리 무료 잠자리를 제공한다지만 너무 열악한 것 아닐까? 현재 홈리스 시설에서 한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거실 면적은 3.3㎡ 정도이다.

그래서 홈리스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거주 공간은 그야말로 변변한 방 한 칸이라도 자기 뜻대로 살 수 있는 곳이다. 창문이 없고, 화장실과 부엌을 공용으로 쓰더라도 방을 혼자 쓰는 고시원이 홈리스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거처인 것도 그 이유다. 또한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지원주택 같은 공공임대주택이 보통의 사람들처럼 쾌적하고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희망인 이유다.


글. 김진미
여성 홈리스 일시 보호시설 ‘디딤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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