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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6 커버스토리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2)

2021.08.12

전시 리뷰
여행의 감각, 시대성을 담은 전시

건축의 표정
PART 1. ARCHITECTURE

건축물 외관의 반복되는 선과 면이 부각된 사진을 보면, 그래픽디자인을 통해 사진에 입문한 요시고의 미적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잘 정돈된 제품 이미지로 느껴지기도 하는 파트 1의 사진들은 빛과 그림자처럼, 자연광이 매만졌을 때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마음이 편해지는 대칭 구도뿐 아니라 동그랗고 네모난 도형과 직선 및 곡선이 사진 곳곳을 차지한다.

마법 같은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작가 요시고는 최소한의 예상을 거친다. 빛을 예상하기 위해 어플을 사용하지만, 이 준비가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작가는 콘크리트나 돌의 흔한 외관을 잊을 수 없는 선명한 색감의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대비되는 색감, 특히 건물의 색과 어우러지는 초록빛 식물. 따뜻한 색감을 위해 오렌지빛 계열을 많이 사용한다는 그의 취향이 드러나는 파트다. 창문에 붙은 돌고래 스티커와,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닷가 파도가 겹치는 순간을 촬영한 사진에선 요시고의 유머가 넘친다.

좀 더 일상적인 풍경도 만나볼 수 있다. 스마트폰 충전기나 목욕 가운, 베갯잇 같은 소품에 배어든 그림자도 건축물의 유려한 곡선 못지않게 사진에 깊이를 더한다. 내일도, 모레도 찾아올 뜨거운 햇살과 노을을 상상하며, 건물 안팎에서 정밀하게 시간대를 예측하고 촬영을 시도할 작가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포근함
PART 2. DOCUMENTARY

이국적인 공간의 현실적 풍경을, 사진작가는 어떻게 바라볼까. 요시고는 그에게 낯선 미국과 헝가리, 일본을 기꺼이 작업 공간으로 선택했다. 여행지 길목에서 만난 자동차의 컬러풀한 범퍼, 고즈넉한 동네에 나무 발이 쳐진 창문은 현지인에겐 평범하지만, 여행자에겐 새로운 장면이다.

특히 일본을 촬영한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요시고의 이름에서 연상되는 청량하고 다채로운 색감 대신, 어두운 밤거리와 정적인 풍경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일본의 밤 풍경을 찍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불투명한 창과 식당 부엌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증기, 빗물로 어지러운 문은 대도시 도쿄의 익명성을 부각하지만, 동시에 그 건너로 보이는 사람들의 미소는 따스하다.

미국과 일본을 지나 두바이의 사막과 모래, 웅장한 랜드마크를 보고 나면 ‘리우 아발’ 프로젝트가 등장한다. 바르셀로나를 지나, 지중해에서 사라지는 ‘료브레가트’ 강을 담아낸 이 기획을 통해 요시고는 다큐멘터리로서의 사진 작업을 수행한다. 한때는 섬유 산업으로 전성기를 이뤘던 지역은 얼핏 버림받은 폐허로 보인다.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 공간을 여전히 지키는 사람들의 굳건함을 포착한 사진을 통해 이 강물이 결코 멈추지 않고 역사 속에 도도하게 흘러갈 것임을 말한다.

푸르른 노스탤지어
PART 3. LANDSCAPE

전시장 내부로 들어오는 햇살이 얇은 섬유에 프린팅 된 바다 사진을 통과해, 투명하게 빛난다. 코로나19 종식 이전까진 사진으로 즐겨야 할 청량함이다. 파트 3에선 관광과 자연환경을 동시에 고민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은 관광객이 되는 순간, 사람들이 자연을 어떤 방식으로 ‘포식’하는지 담아낸 작품이다. 관광을 통해 풍경을 해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도 거기서 예외가 아니라는 자각이, 투명한 바다와 은빛 백사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요시고에 따르면, 백사장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달리 ‘왜 이 사진을 찍지?’ 자문할 틈 없이 직감적으로 포착해내야 하는 작업이 풍경 사진이다. 바다와 관광이라는 키워드로 작품들이 연결되지만, 사진 각각의 물빛은 에메랄드빛과 코발트빛을 오간다. 미묘한 톤의 변화가 청량한 바다를 이루고, 그 빛에 따라 수영하는 사람들의 피부 톤과 모래의 색도 다르다. 전시의 정점인 너른 바닷속에서 사람들은 바다가 자아내는 상상력에 빠져든다.

작가가 태어난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 사진에 이르면 관람객들은 ‘나’와 작품을 연결할 수 있다. 요시고는 산세바스티안을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이 지역 사진에서 관람객 각자는 바다의 역동적인 모습에 대한 그리움, 혹은 바다가 아니더라도 지금 가장 가고 싶은, 그리운 공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떠올리게 된다. 거대하게 프린팅 된 해변 사진에선 요시고가 놓치고 싶지 않았을 바다와 모래빛이 빼곡하다. 빈 공간 없이 들어찬 모래알과 부서지는 파도의 물방울. 외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아쉽고 섭섭하지만 또 그 자체로 아름답기도 한 산세바스티안의 풍경은, 코로나19 시대에 그리움으로 남는 ‘각자의 바다’에 대한 추억이다.

전시장소 그라운드시소 서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전시기간 12월 5일까지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매월 첫째 주 월요일 휴관 | 공휴일 정상개관
문의 1522-1796

주최/제작 미디어앤아트
티켓 인터파크
협찬 Canon Photomatic


글. 황소연|사진. 김화경|이미지 제공. 미디어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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