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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말'
꽃이 만발한 비밀 정원 같은 책이다. 프랑스의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 장프랑수아 샤바가 꽃말에서 영감을 얻어 창조해낸 세 가지 이야기에 지난 2018년 '잃어버린 영혼'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린 그림이 더해졌다. 책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꽃, 자줏빛 튤립의 꽃말은 영원한 혹은 헛된 사랑이다. 튤립 파동이 벌어진 17세기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값비싼 튤립 ‘모브’가 등장한다. 모브를 탄생시킨 식물학자는 탐욕과 광기에 미친 사람들의 성화에 제 손으로 꽃을 버리는 지경에 다다른다. 이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삽화다. 꽃잎의 결까지 살려낸 섬세한 터치의 꽃 그림이 이야기로의 몰입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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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없는 아이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청소년 노동자를 조명하고, '폭력과 존엄 사이'에서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록한 은유 작가의 신작이다. 부모에게 한국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법 바깥의 존재가 되어버린 미등록 이주아동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내 2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배제와 좌절은 일상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해 교육받을 권리는 있지만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기에 수학여행을 갈 때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QR 체크인을 하는 평범한 일상도 이들에겐 고난이 된다. 그럼에도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이들은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동료 시민’이다. ‘왜 한국에 살고 싶냐.’는 질문에 ‘그럼 당신은 왜 한국에 살고 있는가.’라고 되묻는 이 존재들을 내버려둘 것인가? 있지만 없는 존재의 합법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글. 양수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