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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3 에세이

혼자 살아요? 라는 질문

2021.07.09 | 나 홀로 집에

혼자 사는 게 별건가?
혼자 산 지 7년 차다. 《빅이슈》 편집장 김송희 씨는 이 사실을 안다. 그러니까 내게 “1인가구 여성으로서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에세이를 자유롭게 써주세요.”라고 의뢰했겠지.

하지만 자유롭게 쓰라니! 이게 더 어렵다. 게다가 혼자 산 지 오래되다 보니 ‘혼자 산다는 것’에 둔감해진 상황. 처음 독립했을 때는 설렘과 두려움을 느꼈고, 독립 후 2~3년간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무언가 배우고 빨아들이는 감각을 느꼈다. 더 나은 어른에 다가가는 성장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많은 것에 덤덤해졌다. 지금은 질서를 형성한 일상이 안정에 접어든 시기. ‘혼자의 삶’에 대해 관념적으로 골똘히 생각하기보다, 그저 하루하루 다가오는 구체적인 일들을 해치워갈 뿐이다. 이 주제로 글 쓰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pixabay]

2021년에도 누군가에게는 별난 삶
혼자의 삶을 유별나다 여기며 던지는 질문 속에 살아가지 않기에 갖게 된 감각일지도 모르겠다. 지방 소도시에 살며 일상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질문받는 일이 잦아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하는 이들을 (아직도) 왕왕 목격한다. 내 경우, 요즘에는 그런 경험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낯선 이에게 적당히 무관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쉬우며,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망을 만들기 용이한 서울이라는 도시가 젊은 1인가구에게 좀 더 폭넓은 자유로움을 제공하는 덕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30대 이하 1인가구 비율은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통계청, ‘2020 통계로 보는 1인가구’)

그리고 나는 프리랜서로 일한다. 싫은 사람과 직장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며 짜증나는 ‘개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물론 일 때문에 주기적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 중 결이 맞지 않는 이가 있지만 적어도 매일 보지는 않는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압박’은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이 1인가구이고(유유상종은 사이언스인가?), 본인이 결혼했더라도 그게 당연한 삶의 형태라고 전제하지 않는 친구들만 곁에 남았다.

일상에서 취미의 비중을 높게 두는 편인데, 취미로 알게 된 사람 대부분도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따위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다. 요즘 내가 몰두하고 있는 탱고의 예를 들어보자. 탱고 커뮤니티 내에는 ‘돌아온 싱글’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관련 질문이 조심스럽다. 괜한 질문을 던졌다가 상대가 배우자와 이혼했거나 사별했음을 알게 되면 굉장히 미안하고 분위기 싸해지지 않겠는가? 이런 조심스러움이 한국 사회 곳곳에 널리 퍼지길 바란다. “결혼 안 하셨어요? 왜요?” 같은 질문을 빙자한 ‘압박’이 사라지도록.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더라도 ‘도움 없는 간섭’이라는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 본 기사는 다음 기사 <혼자 살아요? 라는 질문 2>에서 이어집니다.


최서윤
작가, 단편영화 감독. 지은 책으로 <불만의 품격>이 있다. 연출작 <망치>는 1인가구영화제 우수상을 수상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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