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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08 컬쳐

On-The-Go

2019.08.27 | 한여름 밤의 넷플릭스


일상의 공포를 유발하는 존재들의 다양함엔 끝이 없다. 좀비, 귀신, 사람, 하물며 딱히 출현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무더위에 잠 못 드는 이들을 위해 다채로운 공포의 요소를 활용한 공포물 장인, 넷플릭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이로써 당신의 여름밤이 더 순탄해질지, 험난해질지는 장담할 순 없지만.


기묘한 괴물들의 이야기

이때껏 봉준호 감독의 영화<괴물> 속 괴물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형태의 괴물이라고 믿었건만,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룩한 2010년대에 접어든 후 온갖 드라마와 영화에서 기상천외한 형태의 괴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이전 시즌들보다 배가된 꿀잼을 탑재하고 돌아온 <기묘한 이야기>는 단연 화제의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스틸]

시즌 1부터 1980년대 시골에서 벌어진 소년 ‘윌’의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 정부의 일급 기밀 실험, 기이한 힘을 가진 소녀 ‘일레븐’의 등장 같은 기묘한 사건을 버무려 흥미진진한 서사를 선보였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주인공이 모두 10대 초반의 어린이 들이라는 것. 집 지붕 따위는 가볍게 뜯어버리는 괴물들을 상대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꼬맹이들의 사투는 이때까지 목격 한 전형적인 히어로물과는 또 다른 통쾌함을 선사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유럽 거리를 질주하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오솔길을 오르내리는 액션 신, 살인을 감수하는 치정 대신 풋풋한 첫사랑만으로도 충분한 긴장감과 재미를 담아냈다.

새롭게 돌아온 시즌 <기묘한 이야기> 시즌3는 또 한 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로 시작 된다.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포털의 문이 열리고, 볼드모트급의 환생력을 자랑하는 괴물들이 다시금 마을을 습격한다. 과연 그들은 첫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지켜낼 수 있을지, 연신 코피를 쏟아 내는 일레븐은 극한의 빈혈 상태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 아이들 이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아픔 대신 평온한 성장기를 보낼 수 있 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저지른 각 종 범죄에 대한 소식이 매일 뉴스의 헤드라인에 오르내리는 요즘 시대에 이름 모를 타인을 믿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너의 모든것>은 세상 모든 스위트함을 갈아 넣은 듯한 서점 직원 ‘조’가 그의 일터에 우연히 방문한 작가 지망생 ‘벡’의 남자 친구가 되기 위해 집착 가득한 스토커가 되는 과정을 세세히 담아냈다. 장면의 시선을 철저히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만큼 그가 벡을 향해 던지는 독백은 소름 끼치기만 하다. 벡을 자신의 완전한 소유물로 만들기 위해 내보이는 이기적인 태도, 저지르는 극단적인 범죄는 둘의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어간다. 이야기가 짙어질수록 드러나는 섬뜩한 그의 실체와 끔찍한 과거는 이 세상에 대한 모든 인류애를 멸종시킬 정도.

[<너의 모든 것> 스틸]

<왓/이프>는 섹슈얼한 스릴러에 가깝다. <브리짓 존스>영화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배우 르네 젤위거가 주연을 맡아 인생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젊은 커플에게 게임을 제안하는 재력가 ‘앤’을 연기한다. 허당 매력을 자랑했던 브리짓 존스라는 캐릭터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의 메서드 연기를 선보이는 그녀는 사업 투자금이 절실한 ‘리사’와 전직 스포츠 선수였던 ‘숀’ 커 플을 거짓으로 점철된 게임에 초대해 파멸의 길로 인도한다. 거짓과 진실, 욕망과 절제, 믿음과 의심 사이의 기로에서 카오스를 경험하는 그들은 과연 앤의 게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자칫 출구 없는 매력으로 무장한 앤의 거짓말에 시청자 또한 홀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주인공은 강인하다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사랑하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데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간의 다양한 군상, 피와 살이 터지는 잔인한 장면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휴머니즘을 지켜보며 훈훈한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썸머>는 좀비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주인공이 이타적이고 가정 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작품이다. (다양한 좀비물을 봐 온 마니아의 경험상, 자기만 살아야겠다는 사람은 항상 빠른 시간 내에 사망하더라.)

강력한 좀비 바이러스가 인류 대재앙을 초래한 뒤 도피 과정에서 딸과 헤어진 엄마 ‘로즈’는 가족과의 재회를 위해 각종 고난과 시련을 헤쳐나간다. 그 외에도 ‘우경선'은 탈북민 출신으로 두만 강을 건넌 뒤 미국으로 오게 된 인물로, 로즈와 함께 좀비 아포칼립스에 굴하지 않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의 면모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이전엔 사람을 때려본 적도 죽여본 적도 없는 탓에 0에 수렴하는 생존 스킬로 대환장 파티를 일으키는 장면이 많지만, 명줄로 외줄타기를 하는 조마조마한 순간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좀비물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블랙 썸머> 스틸]

[<킹덤> 스틸]

“왜 좀비 아포칼립스는 미국에서만 발생하는 거야?”라는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다면 한국형 사극 좀비물인 <킹덤>을 추천한다. 배경은 바야흐로 간신들이 활개를 치고 음모가 팽배하던 조선 시대. 흉흉한 역병이 장내에 퍼지기 시작하고 감염자를 먹거나, 혹은 그들에게 먹히는 이들은 괴물로 변하게 된다. 임금이 좀비가 된 장면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등장인물들 간의 권력 다툼이 시작된 첫 회부터 앞으로의 전개가 심상치 않음을 예고한다.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김성규 등 연기파 배우들의 훌륭한 호흡 또한 하나의 볼거리.

오늘은 불 켜놓고 잘래요

공포 유발의 원인 중 가장 성가신 것이 초자연적 존재다. 방문을 걸어 잠가도 들어오고, 분명 뒤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내 면전에 서 있고, 눈을 감으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꿈에 나타나고. 당최 안심할 틈이 없는 귀신이란 존재를 정통으로 다룬 작품을 꼽 자면 <힐 하우스의 유령>일 것이다. 셜리 잭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귀신 들린 집인 힐 하우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을 그린다. 빈방이 넘쳐나는 크고 오래된 집, 스산한 분위기의 가구와 벽지, 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초자연적 현상…. 진작에 이삿짐센터에 전화해서 방을 빼야 했을 생활환경임에도 오랜 기간 생활한 그들의 인내가 놀라 울 따름이다. 매 에피소드에서 각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다루며 공포감뿐만 아니라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훈훈한 메시지를 더했다. 또한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연출력으로 등장인물들 사이에 벌어진 사건의 인과관계를 훌륭하게 이어놓았다는 평.

<너의 심장>은 죽기 직전 기적적으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 살 아난 소녀 ‘사샤’가 수술 후에 겪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다. 사샤는 심장 기증자인 ‘베키’를 계속해서 목격하고, 그녀의 죽음에 얽힌 비밀과 과거를 추적해나가며 소름 끼치는 트라우마를 경험 하게 된다. 과연 이러한 이상 현상이 심장에서 비롯된 것일까, 혹은 파헤쳐지지 않은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그 환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유령이란 존재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죽음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령은 우리가 마냥 무서워해야 할 존재가 아닌, 함께 슬퍼해줘야 할 존재일지도.

Editor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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