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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9 스페셜

옷을 ‘다시’ 입어야 하는 이유 ―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1)

2022.07.19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 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파괴를 지적하고 입던 옷을 교환해 재활용하는 의생활 문화를 만드는 곳이다. 옷장에 있는 옷 중에서 안 입는 옷의 비율이 21%라는 데 착안해 의류 교환 행사 ‘21%파티’를 연다. 이 파티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옷이다. 옷들은 가격 태그 대신 자신이 가진 이야기를 내세워 새 반려인을 만난다. 평범한 언니(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립 잡지 <언니네 마당>을 만들다 지금은 옷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와 옷을 재활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옷으로 파티를 여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시던데요. 2019년까지 독립 계간지 <언니네 마당> 만드셨는데 어떤 계기로 제로 웨이스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언니네 마당>으로 자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오다 저의 자아를 환경 분야에서 발견하고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읽은 한 외신이 결심의 기폭제가 되었죠. 유럽에서 젊은이들이 ‘소비의 창피함’을 뜻하는 숍스캄(Köpskam, 영어로 buying shame)을 외치며 환경을 파괴하는 소비를 절제하자고 부르짖고 있다고 알리는 기사였어요. 그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환경 파괴 산업으로 꼽히는 패션 산업의 심각성을 일깨우며 옷을 사지 말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행동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창 쇼핑하고 멋을 내고 싶은 10대, 20대가 거리에 나와 환경 운동을 하고, 중고 옷만 입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환경문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세대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위기의식에 마음이 급해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파티에서는 각각의 옷에 얽힌 이야기를 수집해서 옷에 태그를 붙이던데요. 이야기 수집의 의미는 뭔가요?
파티 참가자들은 가격 태그 대신 옷의 스토리 태그를 붙여 파티에 내놓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이 그 옷에 대한 정보와 전 주인이 옷을 입지 않게 된 이유 등을 알 수 있고, 전 주인은 내놓는 옷의 스토리를 적으면서 신중하게 소비하는 의미를 새길 수 있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옷을 입양 보내는 느낌이 난다고 하셨어요.(웃음) 태그 맨 아래에 옷을 내놓는 사람의 SNS 계정을 쓰는 난도 있어요. 새 주인이 옷을 가져가 입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 전 주인의 계정을 태그해 올리면 자신의 옷이 누구에게 가서 어떻게 입히는지 볼 수 있고, 그렇게 옷을 매개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다시입다연구소는 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비영리 스타트업입니다. 저희는 건강한 의생활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 옷장 속 안 입는 옷의 비율이 평균 21%로 나타난 데 착안해 안 입는 옷을 서로 바꿔 입는 의류 교환 행사 ‘21%파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민과 기업 임직원 대상으로 21%파티를 열어 최대한 많은 옷을 순환시키고 재사용해 버려지는 옷으로 인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옷을 재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만들어진 옷은 최대한 오래 입어 최소한으로 버리는 것이 환경오염을 막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재활용(recycling)이나 새활용(upcycling)은 버려진 것을 다시 새로운 용도로 만들어냅니다. 물론 재사용도 좋지만 그 전에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세계적으로 1초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 엄청난 양의 옷을 모두 재활용하고 새활용하기는 불가능하겠죠. 입을 수 있는 옷은 끝까지 입고 사용자를 순환해 입는 재사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연을 가진 옷이 있나요?
한 정장 재킷에는 사회 초년생으로 면접을 보러 갈 때 입으려고 샀는데 구직했고, 직장이 정장을 입는 곳이 아니라 더는 필요 없을 것 같으니 부디 이 옷이 가져다주는 행운을 얻어 꼭 구직에 성공하길 바란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습니다. 조금 슬픈 이야기도 있었어요. 사귀던 전 애인이 사준 옷인데, 이제 그 친구와 헤어져서 더는 입을 수 없을 것 같아 떠나보낸다는 사연이었죠. 옷보다 사연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분이 꽤 계세요.(웃음)

이 글은 옷을 ‘다시’ 입어야 하는 이유 ―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2)로 이어집니다.


글. 양수복
사진제공. 다시입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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