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이슈 259호 커버]
'더 로드: 1의 비극'의 백수현은 사건을 해결하려 동분서주하는 인물이지만 결함 없이 선한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원죄가 밝혀져도 시청자의 반응은 여전히 ‘우리 지진희가 그럴 리 없어.’이다.
전작 '언더커버'에서도 한정현, 이석규 두 개의 이름으로 아내까지 속이는 ‘언더커버’였고, '미스티'의 강태욱 역시 마지막 회에서야 비밀이 밝혀지는 인물이었다. '60일, 지정생존자'의 포스터에는 대통령 집무실의 봉황 장식 사이 지진희가 복잡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도 우리는 그가 믿음직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아마도 어떤 악역이나 뒤통수치는 역할을 맡아도 그걸 지진희가 연기한다면 시청자들은 마지막까지 그 인물에게서 신뢰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미간 주름마저도 믿음을 주는 곧은 인상, 다정한 음성의 배우 지진희는 극 중 모든 인물과 붙여놔도 로맨스를 만드는 유일무이한 배우다.
최근 초현실주의 ‘거울셀카’와 우정 여행 사진으로 예능에서도 엉뚱한 면모를 보여줬던 그가 아주 오랜만에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빅이슈에서. 사회에 필요한 일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면 한다. 늘 그래왔듯 지진희는 아주 복잡한 생각 끝에 단순한 결정을 한다.
[© 블랙 재킷 준지 / 프린트 크루넥 티셔츠 존바바토스 / 크링클 그레이 팬츠 존바바토스]
Q. '언더커버'가 종영하자마자 공백 없이 '더 로드: 1의 비극'에 출연했다. 거의 쉬질 못했을 것 같다.
시청자들이 보시기엔 그럴 수 있는데, 사실 촬영 사이에 공백이 있었다. 그 사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도 방영돼서 아마 보시는 분들은 ‘지진희 안 쉬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웃음) '무브 투 헤븐'도 촬영은 1년 전에 해서 방영 사이에 공백이 있었다. 쉴 만큼 쉬었다.(웃음)
Q. '더 로드'는 앵커 역할이라 앵커석에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뛰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힘들었다고 말한 적 있다. 과거 '동이' 때에도 인터뷰에서 왕이어서 궁에 있을 줄 알았는데 잠행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들다고 했다.(웃음)
초반 시나리오나 역할 설명만 보면 편한 역인데, 하다 보면 항상 몸을 많이 쓰더라. 내가 속이기 쉬운 사람인가 보다.(웃음) 시나리오를 보고 들어가지만 이게 대본으로 볼 때와 현장이 또 다르고 영상으로 나올 때가 다르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작품이니 달라지는 게 맞는 건데 막상 찍으려면 힘들어서 ‘아, 내가 잘못 들었거나 속았구나.’ 싶은 거다.(웃음)
Q. 그럴 땐 어떻게 하는 편인가. 현장에서 의견을 내는 편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배우에게는 제 몫이 있고 또 제작진의 몫이 각자 있는 거다. 일단 하겠다 결정을 하면 나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모든 걸 감독님에게 맡기고 연출이 결정하면 거기 따른다.
[© 블랙 재킷 준지 / 프린트 크루넥 티셔츠 존바바토스 / 크링클 그레이 팬츠 존바바토스]
Q. '더 로드'의 시청자 반응을 보면 캐릭터 중에 어디 한 명 마음 줄 데가 없다고들 하더라. 그만큼 선악이 명확하지 않고 인물에게 전부 원죄가 있다.
사실 시청자 입장에선 어려울 수도 있다. 인물 관계가 꼬여 있고 추리의 요소가 많다. 일본 리메이크작인데 이전에도 내가 리메이크작을 많이 한 편이다. 일본과 한국 문화는 많이 다르지 않나. 예전에 '결혼 못하는 남자'를 할 때에도 작가님이 그러시더라. 뭐 하나를 고치려면 나머지가 다 엉망진창이 된다면서, 저에게도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실 정도였다. 리메이크라고 똑같이 만드는 건 의미가 없고 한국적으로 잘 풀어야 하기에 '더 로드'도 작가님,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했을 거다.
Q. 연출진을 완전히 믿는 편인가.
내 의견과 감독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데 그럼 현장에서 시간이 지체된다. 이건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다 해결이 돼야 하는 부분이다. 촬영장에는 배우와 감독 외에 스태프들이 수백 명 있고 다 스케줄을 맞춰서 그 자리에 있는 거다. 내 욕심에 준비가 덜 됐다고 시간을 낭비하면 필요한 장면을 못 찍고, 나중엔 쉬지도 못하고 다들 고생한다. 그건 너무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이지 않나. 지금은 시스템이 바뀌어서 주 52시간도 지켜야 하는데, 여기 적응을 빨리 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이번 기사는 유일무이한 배우 지진희 (2)로 이어집니다.
글. 김송희
사진. 김영배
비주얼 디렉터. 박지현
스타일리스트. 진성훈
헤어. 이영재
메이크업. 이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