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고 사진전 송은솔 PD 인터뷰
한국에서 최초로 진행하는 요시고의 개인전 기획자 송은솔 PD는 그의 작품 특유의 평온함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팬데믹의 중심에서 만나는 ‘따뜻한 휴일의 기록’. 전시장의 작품들은 사진작가 요시고를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도, SNS를 통해 그의 사진을 봐온 팬들에게도 특별하다.
요시고 사진전이 연일 많은 관람객이 몰리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획자로서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큰 반응이라 처음에는 놀라움과 함께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에 많은 분이 관심을 보이고 찾아와주시는 건 기획자로서 더없는 행복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휴일을 주제로 하는 많은 작가의 작품 가운데 요시고의 사진을 전시하기로 결정하신 이유와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사진’. 이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요시고 작가의 사진은 구도나 형태 면에서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어요. 그러면서도 연출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따뜻하죠. 이 모든 것이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데,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욕구가 아닌가 싶었어요.
준비하는 내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면하지 못하고 이메일과 줌을 통해 서로 소통했습니다. 한 번도 대면하지 않고 전시를 준비한 건 기획자인 저로서도 생소한 경험이었는데,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무탈하게 전시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요시고의 작품은 전시장뿐 아니라 작가의 SNS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퍼뜨리고 있어요. 누구나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SNS 시대에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SNS는 짧은 시간에 수천, 수만 점의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주지만 그 사진이 품은 온기와 감성을 오롯이 전달해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전시를 보는 행위 자체도 의미가 있죠. 티켓을 예매하고, 함께 보러 갈 사람과 약속을 잡고,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이 모든 과정이 ‘전시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SNS로 사진을 보는 것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른 것 같습니다.
작품들은 ‘그라운드시소 서촌’ 건물 특성에 맞게 층별로 나뉘어 배치되어 있어요. 요시고의 많은 작품을 건물 구조에 어떻게 녹여내고자 하셨나요?
요시고 작가의 사진 아카이브에는 관광뿐 아니라 건축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어요. 가볍게 여행을 하며 세계 곳곳의 풍경을 담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는 곳 주변의 문제점을 다큐멘터리적인 시각에서 기록하기도 하고요. 이런 광범위한 작업물을 최대한 많이,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각 층의 주제를 건축, 다큐멘터리, 풍경으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요시고는 바다와 파도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이번 사진전을 관람하면서 염두에 두면 좋을 관람 포인트나 팁이 있나요?
천장이 높고 탁 트인 테라스가 있는 4층이 바다, 해변의 풍경을 주제로 한 공간입니다. 벽면, 천장, 중앙, 테라스 등에 다양한 형태로 작품을 전시했어요. 푸른 바닷속을 수영하거나 해변을 산책하듯, 이 공간만큼은 최대한 자유롭게 감상하는 게 포인트일 것 같아요.
기획자님이 가장 좋아하는 이번 전시의 작품 한 가지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지막 존에 있는 ‘산세바스티안’ 사진들을 가장 좋아해요. 산세바스티안은 요시고의 고향이자 그가 오랜 기간 촬영을 해온 곳이에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그 지역이 많이 궁금했어요. 사진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외로움과 쓸쓸함이 그 동네 고유의 특징이라고 하더라고요. 팬데믹이 풀리면 꼭 그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시에 대해 요시고 작가가 별도로 요청한 사항이 있는지, 있다면 전시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도 궁금해요.
준비하는 동안 작가님이 우리를 전적으로 믿고 항상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어요. 다만 전시 분위기가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곳곳에 캐주얼한 장치를 넣으려고 노력했어요. 인스타그램 영상이라든지, 필름 사진을 모아놓은 서랍장, 관람객으로 하여금 모래를 밟게 하는 것처럼요.
이번 전시는 전시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요시고 사진전에 투자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문화 콘텐츠 투자 플랫폼인 ‘펀더풀’ 측에서 먼저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의 반응을 예측하는 것이 항상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인데, 크라우드 펀딩이 전시 흥행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투자를 결심하는 건 티켓을 사는 것보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테니까요. 실제로 사전 알림 신청 건수나 문의량, 문의 내용 등을 보고 요시고 사진전에 관심이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내가 즐겨 보는 전시, 좋아하는 작가, 관심 있는 분야에 직접 참여할 기회라 많은 분이 투자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평소 전시를 즐겨 보는 분들이라면 ‘내가 일상에서 꾸준히 소비하는 것 중 하나’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로 요시고의 작품을 처음 접한 관람객들에게 기획자의 시각에서 본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 ‘좋은 빛’에 대한 열정과 집착,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 관광도시에서 나고 자란 배경. 이 모든 것이 요시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를 관람하며 이런 요소가 요시고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어떤 결과물로 표현되었는지 직접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와 팬데믹으로 ‘휴일’과 ‘여행’은 이전과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어요. 요시고 사진전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쌓인 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준비했습니다. 사진이 품은 따뜻한 온기와 작가가 전하는 응원이 많은 분에게 힐링과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전시장소 그라운드시소 서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전시기간 12월 5일까지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매월 첫째 주 월요일 휴관 | 공휴일 정상개관
문의 1522-1796
주최/제작 미디어앤아트
티켓 인터파크
협찬 Canon Photomatic
글. 황소연|사진. 김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