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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1 인터뷰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어 (1): 김수인 출판 마케터

2023.06.23

안녕하세요? 저는 책입니다. 세상에 그대로 두어도 스스로 팔리는 물건이란 흔치 않습니다. 책도 하나의 상품이고, 소비자들의 눈에 띄어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죠. 고유한 한 권의 책이 가진 가능성을 발굴해 독자들의 관심을 이끄는 일, 출판 마케팅은 책이라는 물성 뒤에 있는 많은 노동 가운데 하나지만, ‘베스트셀러’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출판 마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좋은 이야기로 세상을 바꿀 희망을 선사하고 싶다는, 출판사 문학동네의 김수인 마케터를 만나보았습니다.


ⓒ 문학동네 김수인 마케터

출판 마케팅, 어렵지 않나요?
어려워요. 출판 마케팅은 아날로그적이면서도 휘발성이 있어요. 아주 오래전 판권 계약을 했지만, 최근에야 출간된 책도 많아요. 그만큼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가 쓴 원고를 편집자가 다듬고, 디자이너가 작업하고, 인쇄·제본되어서 독자에게 닿는 과정이 길죠. 그에 비해 책이 화제를 끌고 판매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아요. 그래서 공들여 만든 책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해선 책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트렌디하게 풀어나가는 게 중요해요.

출판 마케팅계 트렌드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요.
외부에서 보기에 출판계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요즘은 마케팅 타깃을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중요해졌어요. 매체와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사람들의 관심사도 다원화되다 보니까, 광고를 하더라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그중에서도 어느 채널인지가 관건이 돼요. 수많은 선택지 중에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요즘의 출판 마케팅이에요. 그래서 확실히 트렌드 감수성이 높아야 하는 동시에 책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새로이 유입되는 독자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종잡을 수 없어요. 아이처럼 아주 단순할 때도 있고, 정말 속마음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우선 새롭고 재밌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라는 카피에 1020 세대들은 눈이 잘 안 가거든요.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책을 구매하는 이유는 아니라는 거죠. 그럼 그런 상투적인 수식어보다 전에 없는 신박한 카피가 독자들을 사로잡아요. 새로운 독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선 많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이 뒤따라요.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고 무엇이 잘 통했는지에 집중하다 보면 마케팅 방향이 보인달까요.

마케팅은 안 하면 안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확신을 갖는 비결이 있나요?
마케팅을 기획하면 제가 다 실행해야 되는 일이 되잖아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불러온 재앙, 줄여서 ‘스불재’라는 농담을 하거든요(웃음). 하지만 재미있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실행하지 않았을 때 그 기회비용이 아까워요. 최근 시작한 팟캐스트 ‘이야기장수 보따리’의 경우에도, 제 파트너인 이연실 편집자님이 출판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보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끄느냐가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출판 마케팅을 하려면 사람을 믿고, 또 좋아해야 돼요. 저는 편집자님의 기획력과 능력을 믿기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마케팅에 도전해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성공하는 사례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출간되는 책이 다양해질수록 마케팅이 더욱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죠. 무엇보다 독서가 힙한 취미로 인식됐으면 좋겠어요. 독서 인구가 감소하면 대형 출판사는 물론이거니와 소형 출판사의 생존이 문제가 되거든요. 단순히 책을 많이 파는 것을 넘어 독서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에요. 요즘 사람들이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즐겨 보듯이, 좋은 이야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책을 통해서 저자의 인생을 대신 살아볼 수 있는 즐겁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직업인으로서 출판 마케터에게 필요한 재능을 꼽아주세요.
경험주의자가 되는 것이에요.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삶에서 하나씩 꺼내올 수 있어야 하고, 그 경험의 스펙트럼이 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도 적극적으로 탐색하려는 자세가 필요하죠. 이미 경험했다면 그 경험을 어떻게 이 일에 녹여내고 살릴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해요.

ⓒ 문학동네 김수인 마케터

그럼,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한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대학교 문과대 학생회장의 경험을 꼽고 싶어요. 선거본부를 꾸리고 공약과 사업을 학우들에게 알리고,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 어찌 보면 출판 마케팅과 크게 다를 바 없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참 소중했죠. 학생 때는 제가 리더였지만 지금은 회사라는 조직의 구성원이잖아요. 어떤 팔로워가 리더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떠올리면서, 선배들과 어떻게 일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직장인으로서의 하루 업무 루틴이 궁금해요.
출근하자마자 3대 온라인 서점인 교보, 알라딘, 예스24에서 들어온 주문서를 확인해요.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책과 주문량을 비교하면서 입고 수량을 조정하고, 중쇄를 언제 찍을지 결정하는 일을 오전에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바로 뉴스를 확인해요. 신간의 제목을 검색해보면서 어떤 기사가 나왔는지 인플루언서들의 추천이나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저희 팀과 서점 MD에게 소식을 공유합니다.

이 글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어 (2): 김수인 출판 마케터'에서 이어집니다.

  • 소개

정규환
에디터, 작가. 2023년엔 무슨 일을 할까, 누구에게 기쁨을 줄까 고민하고 있다. @kh.inspiration

이규연
바쁜 일상 속 반짝이는 찰나를 담는 사진작가. 편안하고 차분한 사진을 좋아하고,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글. 정규환 | 사진. 이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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