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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8 빅이슈

졌지만 이긴 드라마 (1): 조현성 빅이슈코리아 전 판매팀장

2023.05.12

영화 <드림>에서 홈리스월드컵 한국 대표 팀의 감독은 박서준이 연기한 프로 축구 선수 출신 ‘홍대’다. 하지만 실제 한국 팀 감독은 빅이슈코리아 판매팀 소속 조현성 코디네이터였다. 당시 후원이 부족해 적은 선수를 데리고 경기를 나가 선수가 다치면 할 수 없이 대회에서 지원해주는 현지 홈리스 선수를 써야 했다. 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관중의 ‘찐 응원’을 끌어낸 모습 등의 영화 속 장면은 실제 2010년 한국 팀이 겪은 일이기도 하다. 조현성 전 판매팀장을 만나 홈리스월드컵 당시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현성 빅이슈코리아 전 판매팀장 ©김화경

영화 <드림>의 배경이 된 2010년 홈리스월드컵 당시 빅이슈에서 어떤 직책과 업무를 맡고 계셨나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빅이슈 판매팀 소속으로 일했어요. 당시에는 판매팀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빅이슈》 창간 때부터 홈리스월드컵에 관한 업무를 하기 위해 함께했었는데, 판매팀 업무도 병행했습니다. 초기에는 후원 등의 문제로 홈리스월드컵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어요. 포털 사이트 두 곳에 온라인 모금함을 열었고, 어느 익명의 독지가분의 도움으로 참가하기로 결정된 게 월드컵이 열리기 한 달 전이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홈리스월드컵 이외의 업무도 하게 되었는데,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면서 역장님에게 《빅이슈》가 어떤 매체인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알리고 빅판들이 판매할 수 있도록 역무원들에게 판매 허가와 협조를 받는 업무를 했습니다. 당시 60~70개 역을 다 돌며 판매처를 확보했었어요. 이런 판매처 마련 외에도 홈리스 판매원 모집과 교육, 판매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 업무였습니다. 아, 빅판들이 거주할 고시원을 마련하고 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는 일도 했고, 신용회복을 돕는 일도 했었네요.

홈리스월드컵 선수단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어요?
제가 빅이슈 선수단과 함께 총 여섯 번의 홈리스월드컵에 참가했어요. 2010년 브라질, 2011 프랑스, 2012 멕시코, 2013 폴란드, 2014 칠레, 2015 네덜란드 홈리스월드컵이었습니다. 모두 감독 겸 코치 자격이었습니다.

판매팀 소속인데 어떻게 축구 선수단의 감독을 맡게 되었던 거예요? 평소 운동 실력이 좋으셨나 봐요. 아니면 운동선수를 넘어서는, 타고난 피지컬 때문인가요?(웃음)
제가 축구 선수 설기현 씨를 좀 닮긴 했어요.(웃음) 저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 평소 운동과 심리, 철학을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것들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내가 좋아하고 나름대로 잘하는 운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는 없을지 고민하던 차에 안병훈 빅이슈코리아 본부장에게 홈리스월드컵 업무를 제안받았죠. 어딘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계속 그곳에 머물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여러 해 빅이슈 소속으로 홈리스월드컵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2010년 홈리스월드컵 출전을 위해 훈련 중인 선수단

전문 스포츠인이 아닌 만큼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감독직을 맡으며 관련 자격증을 땄어요. 생활체육지도자자격증 3급, 아시아축구연맹에서 관장하는 풋살 코치 자격증 등을 땄어요. 홈리스월드컵에 출전해보니 외국 홈리스 선수단은 대단히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훈련받는 등 우리랑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국제 대회에 나가보니 제가 초라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 공부하고 노력하게 된 거죠. 누구나 맡은 일을 잘하고 싶잖아요.

함께 훈련할 때는 어떠셨어요? 선수들 모두 열심히 했나요? 몇 개월 정도 훈련한 거죠?
해마다 좀 달랐어요. 한마디로 후원 여부가 중요했어요. 매해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으니까요. 비행기표 값도 없어서 출전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무조건 연습할 수는 없잖아요. 후원사가 정해져 참가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훈련에 매진했죠.

주로 어디에서 훈련했나요? 빅판들의 잡지 판매 시간을 피해서 훈련해야 했을 텐데요.
영등포공원 풋살장이 주 연습장이었어요. 빅판들의 판매 시간을 피해 주로 아침 시간에 모여서 훈련했죠. 오전 8시에 모여 10시까지 훈련한 다음에 점심 같이 먹고 판매지 나가고 그랬죠.

어떤 빅판들이 대표 선수로 선발되었나요?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쟁률이 높았던 걸로 아는데요.
빅판들뿐만 아니라 홈리스 상태에 놓여 있거나 관련 단체와 시설에 계신 다양한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모집 안내를 했어요. 40~50명이 선발전에서 경쟁했어요. 심사도 엄격하게 진행했죠.(웃음) 한준희 KBS 해설위원께서도 자주 참여해주셨어요. 실력보다도 이분이 홈리스월드컵에 가서 삶의 동기를 부여받고 올 분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선발 기준이었어요. 그렇다고 실력이 도저히 안 되는 사람을 뽑으면 다른 선수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에 적절히 고려하고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이 글은 '졌지만 이긴 드라마 (2): 조현성 빅이슈코리아 전 판매팀장'에서 이어집니다.


. 안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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