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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5 에세이

일단 LP로 들어보자

2022.10.26


일단 LP로 들어보자

ⓒ 오디오 테크니아_ 턴테이블 이미지

‘풀박’ 중고로 입문용 턴테이블을 좋은 가격에 구매했다. 바늘을 섣불리 올렸다가 LP판에 스크래치가 날까 싶어 자동 형태를 골랐다. 아직 전용 테이블을 장만하진 못했지만, 서랍장 위에 올려두니 뭔가 그럴듯한 느낌이 든다. LP와 턴테이블을 즐기는 사람들은 턴테이블만을 위한 탁자를 구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랍 위에 올려 둘 경우 문을 열고 닫을 때 생기는 진동 때문에 LP가 긁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평평한 곳을 확보해서 올려두어야 한다.

턴테이블이 생기니 위시리스트에 LP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에서 LP를 ‘디깅’하는 것도 습관이 됐다. 물론 직접 매장에 가서 음반을 구경하는 것보단 덜하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앨범이 보이면 신기하고도 재밌다. 물론 가격을 보면 웃음기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김현식이나 김추자 같은 뮤지션의 LP가 10만 원대에 판매되는 건 양호한 정도다. 아이유, 듀스, 신중현의 앨범은 백만 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이쯤 되면 그냥 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보는 느낌으로 스크롤을 내리게 된다.

처음에는 LP가 흥하던 시기에 활동하던 뮤지션이나 당시 발매된 앨범을 턴테이블로 듣는 것만이 정석이라고 생각했다. 카세트테이프로 많이 팔렸을 음반이나, 스트리밍이 대세인 지금 새로 발매되는 LP를 구매하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일지 아리송했던 까닭인데, 턴테이블을 사용하는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음악을 듣는 방법이 다양해진다는 건 감상과 상상력이 덩달아 풍부해진다는 의미다. 내 맘대로 트랙 리스트를 꾸며 LP를 감상할 수도 있고, 음원 서비스로만 들었던 앨범의 매력을 LP로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나도 이렇게 나만의 셋리스트를 기획하고 있다. 정훈희의 ‘안개’에 이어 블랙핑크의 ‘Pretty Savage’를 LP로 연달아 듣는 상상을 하며.


글.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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