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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3 스페셜

모두의 집

2019.10.18 |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이한솔 이사장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이한솔 이사장을 만났다. 제가 살아갈 집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민달팽이처럼 자신이 머물 집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그들이 만든 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하 ‘민쿱’)을 소개해 달라.
2011년도에 높은 임대료, 열악한 주거 환경, 그리고 고립의 문제 등 청년들이 겪고 있는 주거 문제를 당사자 스스로가 해결해 보자는 포부를 품고 민달팽이 유니온이란 시민 단체가 만들어 졌다. 그러던 중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실질적 움직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2014년, 공유재로서의 주택을 직접 공급해 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 시작되었다.
‘민달팽이’라는 이름 아래 같은 미션을 공유하지만 업무 내용에 따라 구분 된 두 개의 팀이 존재한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유니온이 시민 단체로서 주거정책 전반과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협회의 성격이라면, 주택협동조합은 비영리 주거 모델을 공급해서 대안적인 주택 공급과 주거 공동체를 구성해보려고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 민쿱의 초창기멤버로 뜻을 함께 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가 있었나?
지방 출신으로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홀로 집을 구해 살아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텔 등 다양한 공간에 살아봤는데 쉴 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겨우 월세를 내고 생활이 유지되는 패턴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대학생들이 모인 동아리 형태로 민달팽이 유니온을 처음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무렵 청년 주거와 관련된 몇 가지 사회적 사건들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이 행복주택이나 행복 기숙사 건설을 저지하고 나선 일이라든지, 대학 기숙사가 신축한다고 했을 때 주변 임대 업자들이 격렬한 반대를 표한 일이라든지,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이 사는 집 하나 들어오는 게 이렇게 싫어할 일인가?’라는 의문이 피어나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지식을 얻을 수 있거나 활동을 펼치는 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점점 더 실질적이고 폭넓은 범위의 활동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 민쿱은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나?
초기에는 건물을 빌려서 이를 리모델링한 후 임대를 하는 전대업의 형태였다. 그렇게 민달팽이 하우스 7호까지 공급을 하다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포스코, 서대문구 등과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민쿱이 토지나 주택을 구입할 만한 자본이 충분한 조직은 아니다보니 현재로서는 협업을 통한 정책적 지원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총 10채의 민달팽이 하우스 중 5채는 민간으로, 5채는 공공 기관과의 협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매년 2,3채씩을 공급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현재 준비 중인 곳들도 있다.

- 민달팽이 하우스의 입주 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민쿱에서 추구하는 비영리 주거 모델은 크게 3가지 주거 문제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거비 부담의 문제, 열악한 주거 환경의 문제, 그리고 1인 가구로 대표되는 사회적 고립의 문제가 그것인데 특히 마지막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느슨한 공동체를 구축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에 민달팽이 하우스 각각이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세대 간에 지역적 연계나 교류도 용이할 필요성을 느껴서 현재로서는 서대문구, 은평구의 서부권과 동대문구, 성북구의 중북부권에 집중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민달팽이 하우스간의 관계망을 구축하고 싶다.

- 세입자의 입주조건이 있을까?
민간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없고, 공공 기관과의 협업으로 운영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주택 정책에 따른 소득과 나이의 기준이 있다. 현재로서는 만 39세까지가 청년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공공 기관과의 협업한 집에는 살 수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 중이긴 하다. 조합과 조합원이 함께 나이 들어가며 만 39세가 넘어도 주택 문제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도 필요하지 않을까에 대해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 외에 입주 조건이라기 보다는 입주할 때 들어야 하는 교육이 있다. 예비 입주자 교육이라고 해서 민쿱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필수적인 교육을 하고 있고, 1개월에 1번 정도 시행되는 반상회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반상회를 통해 각 세대 별로 내부적으로 지켜야 할 나름의 규약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등 문화 규약에 따라 차별적인 언행을 지양하고 이를 위반했을 시 처벌하는 등의 동의도 받고 있는데, 이 또한 조합원 스스로 함께 의논해서 작성한 내용이다.

- 애초에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이 전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입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민달팽이 하우스는 물론 개인의 주거 공간을 존중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주택을 셰어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원치 않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공간일 수도 있다.

- 민쿱이 인식하는 청년 주거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조합 차원에서는 집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이나 재화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커먼즈(Commons)의 개념으로 쓰이는 사례를 계속해서 남기는 게 목적이다.
그 외에 미래 세대는 가구나 가족의 형태가 점점 더 다양해질텐데, 이 부분을 포용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집의 형태와 개념은 무엇일까에 까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 민달팽이 하우스라는 사회 주택을 운영하면서 겪은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있었을 것 같다.
일단 집을 공급하려고 계획을 세웠을 때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경우가 있다. 저렴한 임대료에 대한 주변과의 시세 차이도 있을 것이고 집값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아니면 이질적인 집단에 대한 막연한 공포인 경우도 있다. 다만 경제적인 문제는 쉽게 간극을 좁히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적어도 모르는 사람, 집단이기에 발생하는 두려움은 소통을 통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하다.
건축 쪽의 노하우도 보강되어야 할 부분이다. 입주 후에 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인력도 강화해 나갈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하드웨어 적인 문제라면, 그 외에 공동체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한 집에서 살다보면 자연스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일이 공동체의 규모가 점점 커질수록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더욱 긍정적인 역할을 끼치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운영해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는 중이다.

- 청년의 안정된 주거권 확보를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사회주택 외에 또 시도해 보고 싶은 실험이 있나?
‘공유’의 개념을 어디까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계속해서 고민 중이고 새로운 실험도 해보는 중이다. 현재로서는 1인실에 머물며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그 외 몇 가지 공간이나 물품을 공유하고 있는데, 공유는 단순히 효율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마주하고 관계를 맺기 위한 역할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염두하며 공유의 수준을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공급할 집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룸에 건조기를 둘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건조를 하러 와서 자연스레 만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고 이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실험해보려고 한다. 물론 에너지 절약이나 경제적 효율성 면에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사람의 관계에 가장 무게를 두고 지켜보려고 한다. 이런 작은 실험의 반복을 통해 우리가 어느 수준까지 공유의 모델을 마련할지 계속 모색해 가고 있다.
우리가 지양하는 공동체는 개인이 전체를 위해 희생하거나, 사적인 영역까지 주저 없이 교류하며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는 전통적인 형태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어떤 매개로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자 한다.
예를 들어 평등 문화와 같은 사회적 감수성이 공감되어서 적어도 여긴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거나, 채식이나 비혼을 하는 사람이 모여 살며 이 집에서는 그런 의제를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다는 친밀감을 느끼거나 하는 식이다. 개인에게 지어지는 의무가 없어도 공동체가 공유하는 어떤 매개체를 통해 운영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이런 느슨한 공동체가 과거의 공동체를 대체할 엄청난 대안이라거나 고립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인 해결책이라는 식의 거창한 기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이런 공동체의 구축을 통해 적어도 옆집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Writer 김희진

Photographer 황소연

  • 사기병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나는 살아 있다.

  • 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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