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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0 컬쳐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 노래 속에 담긴 말맛

2024.12.16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글. 월로비|사진제공. 포크라노스

〈입가에 딸기잼〉 몬비잠

같은 단어를 사용해 가사를 적더라도 어떤 문장 안에서 그 단어가 차지하는 고유의 ‘말맛’을 살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멜로디라는 음악적 요소와 문장이 가진 발음의 높낮이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 듀오 ‘몬비잠’의 음악은 데뷔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맛 좋은 가사로 귀를 사로잡는다. 음악이라는 생각을 순간순간 잊게 할 만큼 자연스럽게 말하듯 노래하면서도 캐치한 멜로디 흐름을 잃지 않는다. 과연 친근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버무려 청자를 사로잡는 음악이다. ‘몬비잠’은 독일어 ‘Montag bis Samstag’의 준말로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일상의 소소한 요소들에서 담백한 재미를 끄집어내고자 하는 팀의 모토와도 똑 닮아 있는 행보인 셈. 먹을수록, 그리고 들을수록 계속해서 생각나는 맛집이다.

〈산만한시선〉 산만한시선

언어가 가진 힘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음악 장르는 무엇일까. 물론 이 질문을 받는 모두의 대답이 전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통기타를 포함한 단출한 어쿠스틱 악기 구성이 목소리를 한껏 빛나게 해주는 포크가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데뷔 EP를 발표하며 등장한 신예 아티스트 ‘송재원’과, 작년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서림’이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포크 듀오 ‘산만한시선’의 셀프 타이틀 EP는 그리하여 포크라는 장르 속에서 조곤조곤한, 그러나 우직한 읊조림을 이어간다. 이들 스스로 “산만하고 가난한 시선”이라 표현한 이번 앨범의 출발선답게, 그러한 시선을 통해 투과된 삶의 면면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쌓아 올려져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다. 사려 깊은 마음은 곧 따뜻한 문장이 되었고, 그 안에 새겨진 ‘말의 힘’은 통기타 소리와 함께 잔불처럼 뭉근한 열기를 널리널리 퍼뜨린다.

〈호계동〉 원형

앞선 두 아티스트(몬비잠, 산만한시선)의 음악이 보편적인 ‘노래’의 형태를 취하면서 가사에 중심을 두는 형태였다면 지난 11월 발매된 ‘원형’의 두 번째 싱글 〈호계동〉은 그 무게중심을 가사 쪽으로 몰아 내레이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산문 형태로 서술된 가사에서부터 내용 중심의 작법에 대한 아티스트의 의도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한정된 음계만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음을 거스르지 않으며 ‘노래다움’을 잃지 않는다. 말로 뱉는 것보다 그것이 노래가 되었을 때 갖게 되는 은유적인 힘, 동시에 노래이기 때문에 약해질 수 있는 내용적인 부분을 아우르고자 했던 노력이 눈에 띈다. 덕분에,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시니컬한 화법이 더욱 부각되어 색깔이 뚜렷하고 선명한 음악이 완성되었다. ‘말’과 ‘노래’의 경계에서 선보이는 이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다.


월로비 by 포크라노스

포크라노스는 현재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며, 멋진 음악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큐레이터이자 크리에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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