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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7

폭염 앞에 선 길거리 잡지 판매원들

2023.09.20

전 세계 길거리 잡지 판매원의 출신 환경은 각자 다르지만, 언제나 공통의 과제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노숙, 빈곤, 소외, 불평등이 그 과제였다. 이제는 유럽 지역과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무더위가 길거리 잡지 판매원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는 폭염이, 북부 지역에서는 폭풍과 테니스공 크기의 우박이 관측되었다. 이후 밀라노 길거리 잡지 ’tenis> 관계자 사브리나 몬타나렐라(Sabrina Montanarella)는 로마에서 어느 한 50세 노숙인이 사망한 소식을 전했다. 치아가 없어, ‘미소’라는 의미를 지닌 ‘소리소(Sorriso)’라고 불린 노숙인은 7월 22일, 길거리 벤치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몬타나렐라는 “소리소는 폭염과 무관심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라고 말했다.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은 이탈리아 북부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 볼차노의 길거리 잡지 <제브라(zebra)> 판매원인 로베르트 오코소도(Robert Okosodo)는 “2023년 여름 날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날씨였다.”라며, “폭염이나 폭우의 연속이었다. 날씨는 길거리 잡지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햇빛이 강렬할 때나 비가 거세게 쏟아질 때는 길거리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오전 10~12시쯤에 잡지를 판매한다. 하지만 7월에는 거리에서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코소도는 “기온이 너무 높을 때는 잡지를 판매하기 힘들다. 더위를 피하려고 그늘을 찾은 뒤 물을 잔뜩 마신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는 강추위가 이어지는 겨울에도 잡지를 판매하기 어렵다. 폭염이나 폭우와 같은 극심한 기후 조건 속에서 길거리 잡지 판매원으로 생활하기 어렵지만 지금 당장 주어진 다른 선택은 없다.”라고 호소했다.

유럽을 강타한 폭염
그리스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다. 아테네에서 길거리 잡지 판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판매원 70여 명을 지원하는 개발 및 협력 책임자 이오아나 사케타(Ioanna Sakketa)는 “예상 기온이 41°C까지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사케타는 “물론 길거리 잡지 판매원에게 잡지 공급을 중단하자 판매원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판매원 대부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처지이므로 잡지 배부를 중단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판매 보호 지점’을 고안했다. 길거리 잡지 판매원에게 슈퍼마켓, 쇼핑몰 등과 에어컨을 가동하는 쉼터 안에서 잡지를 판매하도록 하는 협력 관계의 결과이다. 그러나 대다수 시설이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잡지를 판매하도록 지원하는 시간은 하루 중 약 두 시간뿐이다. 이제 사케타는 판매 보호 지점을 대거 확장하려 한다.

셰디아는 구독 서비스를 마련할 방안도 탐색 중이다. 구독 판매는 이미 여러 길거리 잡지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소재 비영리 길거리 잡지 판매 기관의 리시우리스(Liceulice)도 폭염에 맞서 싸웠다. 리시우리스는 “구독 서비스 증가는 위험성과 무더위에 노출된 판매원을 위한 명분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다.”라고 언급했다.

동유럽과 남유럽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북유럽 길거리 잡지 판매원도 야외 판매 활동을 하기 좋지 않은 날씨일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인지한다. 스웨덴 예테보리 길거리 잡지 <팍툼(Faktum)> 판매원 번하드 페르자노위스키(Bernhard Perzanowski)는 2018년, 스웨덴에서 폭염이 기록되었을 당시 잡지를 팔며 겪은 문제를 기억하고 있다. 그는 “스웨덴보다 경제 수준이 낮고, 물가 인상과 인플레이션 타격을 받은 국가의 사정은 더 어려울 것이다. 예테보리에서 직접 기록한 잡지 판매 실적만 보아도 날씨가 길거리 잡지 판매원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글. Steven MacKenzie·Tony Inglis | 번역. 고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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