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NNIE
‘잘난 게 죄니’는 블랙핑크 데뷔부터 이어지는 ‘제니코어’를 표현할 가장 효과적인 가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진부하지 않은 건 이 앨범이 보여주는 음악의 맛 덕분일 것이다. 에서 제니는 슈퍼스타의 길을 걸으며 씌워진 ‘Filter’를 인정하고 고찰한다. 그 고민을 털어놓는 자리에서마저 타이트한 리듬을 놓치지 않는다. 휘파람을 불던 소녀는 이제 전 세계인을 명상으로 몰입시키는 주문을 외운다. 특히 ‘pretty girls’과 ‘ladies’를 불러 모으는 순간에선 제니가 앞으로 내놓을 여성들을 위한 앤섬을 기대하게 한다.

LE SSERAFIM
불길이 타고 남은 자리엔 으레 생명을 잃은 재가 남는다. 그런데 소녀들은 내가 나로 살 수 있다면 재가 되어도 좋다고 한다. 또한 재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선언한다. 이번 앨범에서 협업한 영국 밴드 정글의 색채가 두드러지는 ‘Come over’가 트랙 전체의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다음 트랙 ‘Ash’에선 ‘Come over’에서 쌓은 통통 튀는 리드미컬함을 의도적으로 지운 듯 느껴진다.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가사가 ‘Ash’의 비트 위에서 환영처럼 잡힐 듯 말 듯 흔들린다. 내레이션이 들어간 인트로 격의 ‘Born Fire’에선 뚝심이 느껴진다.

HYBS
태국의 듀오 하입스의 콘서트 실황 앨범. 지난 2024년 활동 중단을 선언한 후 송별의 의미를 담은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들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쉬림프’라는 애칭을 가진 팬들이 다시 활동해줄 것을 부탁하는 댓글로 가득하다. 대도시 무드의 리듬으로 큰 인기를 얻은 ‘Tip Toe’, 로맨스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손색없는 ‘Killer’를 무대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한국 방문 시 홍대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뮤직비디오를 찍은 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