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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0 에세이

MZ세대는 없다

2023.06.02

ⓒ pixabay

MZ세대는 없다. 정확히는 원래부터 없었다. MZ세대라는 단어는 어느 날 뜬금없이 우리 앞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 단어에는 실체가 없다. 왜냐하면 각종 이득 세력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그 뜻을 왜곡해서 불러대는 탓이다.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단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정치권과 정치인들은 어느 특정 정당과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투표를 하지 않는 중립 세력인 20~30대를 가리켜 MZ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치가들은 자신들 입맛대로 규정한 MZ세대를 본인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무의미한 쌈박질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통하지 않고 특정 정당의 발자취를 기억 못 하는 소위 MZ세대를 조종하기 위해 원초적인 남녀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같은 것 등을 통해 혐오와 차별, 분쟁을 만들어낸다.

위의 내 말이 비약이 아니라는 것은 지난 20대 대선의 주된 이슈들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대단하게도 그들의 방식은 아주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작용해버렸다. 지금의 세상을 둘러보자.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들) 사람들 간에 넘쳐나는 미움과 분노와 비난과 혐오로 인해 이런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이제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대외적으로 내비치면 혹시 내가 ‘그쪽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혹여나 사회적인 생매장이나 치명적인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 싶어 입을 꾹 다물고 펜대를 꺾게 되었다. 입 닥치고 사는 게 최고인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잘 한번 생각해보자. 먼 고대에서부터 권력자와 정치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낱 일개 시민이 함부로 자신의 생각이나 불만을 입 밖으로 내거나 펜을 휘갈기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닐까? 심지어 자신들이 직접 폭력과 억압을 행사하지 않아도 시민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니 얼마나 편할까? 또 한편 대한민국의 고루한 꼰대들은 자신들의 철없고 미숙했던 옛 시절을 까맣게 지워버리고는 지금의 젊은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조롱하고 싶을 때 MZ세대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것 같다. 내 생각에 그들의 MZ세대의 규정은 대충 이런 식이다. “한반도 역사상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버르장머리가 없고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하며 사회성이 떨어지고 집단을 위해서는 조금도 희생하려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신을 불필요할 정도로 고평가해가며 하는 것 이상의 권리를 보장받으려 하는 존재들.” 이 긴 의미의 내용을 단 네 글자로 줄여 비아냥거리거나 시기와 질투를 하고 싶을 때 그들은 ‘MZ세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흔히 MZ세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래퍼 이영지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조금 진절머리 나는 게 뭐냐면 MZ세대는 알파벳 계보를 이어나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진절머리 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음습한 꼰대들의 비아냥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그토록 야유하고 놀려먹고 싶은 MZ세대는 실존하지 않는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몇몇은 “아닌데! 내가 경험한 요즘 애들은 정말 그렇던데?”라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인들이 젊은 시절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나는 영상 제작 외에도 영상을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들의 나이는 스물두 살에서 서른두 살 사이로 청년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들 중 몇몇과는 매우 가깝게 지내며 함께 영상 일을 하기도 하고 술자리도 갖는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참 다들 자신의 목표를 위하여 이른 나이부터 열심히 사는구나’, ‘자신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으면 우리 때랑 다르게 항의할 줄 아는구나’, ‘어릴 때부터 유튜브나 OTT를 보고 자란 탓인지 젊은 나이에도 문화적으로 박학다식한 친구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꽤나 많았다. 마치 나와 내 친구들이 젊었을 적 똑똑하고 잘난 친구, 아둔한 친구, 부지런한 친구, 게으른 친구… 등등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성향과 성격, 특성을 세대로 구분하려 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이 있을까?

마케팅 당하지않는 세대
홍보 마케팅 업계에서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하여 MZ세대라는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그게 결국 자신들의 목줄을 죄어오리란 것도 모르는 채 말이다. 내가 ‘MZ세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건 2021년 초 어느 날로 기억한다. 어느 거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광고주와 광고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자사 플랫폼 광고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자 했다. 그리고 영상업을 하고 있는 나는 해당 건을 맡게 되어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똘똘해 보이는 해당 회사의 직원들은 카메라 앞에 꼿꼿이 서서 정면을 응시한 채 어려운 전문 용어를 써가며 자신들의 고객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무식한 내가 그중 기억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건 그들이 하루 종일 반복해서 말하던 단 한 문장이었다. “MZ세대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소비 패턴을 이해해 더욱 효과적인 광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때 그 말을 아래와 같이 이해했다.

“소비를 주로 온라인 쇼핑을 통해 행하는 나이대 사람들의 취향과 소비 패턴을 분석해 우리 한번 신나게 돈 좀 벌어보아요.”라고 말이다. 그들에겐 참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의 바람은 손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현시대의 20~30대만큼 다양한 취향과 욕구를 가진 세대는 한반도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특정 나이대만으로 그 세대의 소비 패턴과 취향을 분석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나를 비롯한 소위 MZ세대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방대한 정보와 문화를 습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취향 선택의 기회가 생겼다. 이제 취향과 유행은 시대가 흐를수록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그 방향성을 더욱 종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특정 연령대가 일관된 취향과 소비 패턴을 가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쯤은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나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이러니 MZ세대의 마음과 욕구라는 것을 꽉 막힌 그들이 무슨 수로 읽어낸단 말인가? 그들은 자신들이 규정한 것에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르고 있을 뿐이다.

위에 언급한 이들이 정의 내리는 MZ세대가 실존한다면 참 MZ세대만큼 슬픈 세대가 없다. 100% 타인의 입맛에 맞추어 규정될 뿐 아니라 꼰대와 정치권, 마케팅 업계 등이 이리저리 조종하려 해대니 말이다.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 거 나도 내 맘대로 MZ세대를 규정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정치쟁이도 꼰대도 바보도 규정하는 MZ세대에 대한 규정을 나라고 못 할 건 무어란 말인가? “MZ세대는 없다. 원래부터 없었다.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MZ세대라는 단어는 그저 여러 집단의 이익과 몇몇 꼰대들의 나이 든 처량함의 분풀이를 위한 허상일 뿐이다. 설령 내 말이 온통 거짓투성이고 MZ세대라는 것이 실존한다 한들 위에 열거한 그들이 바라는 MZ세대는 더 이상은 없다. 아니 원래부터 없었다”.

  • 소개

강승원
‘남산필름’이란 이름으로 뮤직비디오, 광고,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영화 및 영상 제작자. 취미로 종종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에 에세이를 쓴다.


글. 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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