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유튜브의 세계에서 나는 대체 누구의 집사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랜선 집사가 될 준비는 마쳤는데 막상 무슨 채널을 구독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당신을 위해 보자마자 사랑에 빠질 유튜브 반려동물 채널 네 곳을 소개한다."
<모카우유>
ⓒ <모카우유>
하늘 아래 <모카우유>를 모르는 이가 없기를. 캐나다에 사는 ‘모카’와 ‘우유’를 보고 있으면 감정 디톡스를 받는 것만 같다. ABC 주스도 없애주지 못했던 스트레스, 짜증, 미움 같은 불순물들이 쫙 빠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한 덩어리 눈처럼 뽀얀 우유는 놀기 좋아하고 먹기 좋아하고 삐지기도 잘 삐지는 모습이 영락없는 덩치 큰 막내다. 그런 우유 곁에서 포스를 풍기며 존엄하게 “왈왈!” 짖는 모카는 부동의 집안 서열 1위, 실세이시다.
<모카우유>를 이제 막 보기 시작했다면 ‘새로 태어난 동생 옆을 떠나지 못하는 강아지’부터 볼 것을 추천한다. 아기 온유를 지극히 아끼는 모카와 우유의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3227만 회에 이른다. 두 강아지가 애정 가득한 눈길로 온유를 쳐다보는 장면은 말 그대로 ‘심멎’. 두 강아지의 매력에 더해 유머와 센스를 겸비한 자막도 <모카우유>의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매탈남>
ⓒ <매탈남>
갑갑한 도시를 매일 탈출하는 남자, <매탈남>의 채널 소개는 라디오 사연 같다. 그는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시골로 이사를 결심했다. 조금씩 친해지는 강아지와 밤마다 노래하는 오리 떼, 어설픈 도끼질과 텃밭 가꾸기, 바다낚시… ‘동물의 숲’ 속 생활이 이런 걸까? 구독자 41만여 명의 채널 <매탈남>에선 고양이와 집사의 시골 생활을 생생하게 간접체험 할 수 있다. ‘술 마시고 고양이와 소파 때문에 다퉜습니다’, ‘고양이 원격제어 간식기 만들기’ 같은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4년간 11마리의 고양이를 돌봐온 매탈남은 얼마 전 직접 바느질해 ‘새 집사’(?)를 만들었다. ‘무릎냥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고민하다 진짜 사람의 무릎 같은 인형을 만든 것. 고양이들이 가짜 무릎과 진짜 집사 무릎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도움을 요청하는 길고양이를 따라 새벽에 2km를’, ‘새끼 길고양이 눈물 나는 구출’은 많은 사람이 감동한 영상.
<터보롤리알밤이>
ⓒ <터보롤리알밤이>
만약 주변에 웃음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터보롤리알밤이>의 ‘동물병원 무서워서 사람처럼 비명 지르는 시바견’ 영상을 틀어주도록 하자. 꺄악! 하고 소리 지르는 막내 시바견 알밤이와 괴상한 소리에 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둘째 진돗개 롤리의 모습은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다. 그 후 최고 난이도 검사인 엑스레이 촬영도 잘 참고 해내는 첫째 진돗개 터보의 영상을 보고 나면 180도 다른 두 강아지의 모습이 놀라우면서도 그저 사랑스럽다. 보호자를 향한 터보의 무한한 신뢰의 시선은 마음을 울리기까지 한다. 강아지 싫다던 엄마, 강아지 데려오지 말라던 아빠 등 ‘부모님 시리즈’는 결말을 알아도, 아니 결말을 알기에 봐도 봐도 재미있다.
<산골짜기동물칭구>
ⓒ <산골짜기동물칭구>
쇼츠를 통해 단숨에 귀여움을 충전할 수 있는 <산골짜기동물칭구>. ‘고양이 생선 먹방’, ‘청계 닭 먹방’ 같은 고양이 동물 먹방부터 고양이의 동선을 따라 만든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나무 사다리와 문 등이 눈에 들어온다.
‘산골짜기’ 특성상 많은 고양이가 함께하는데, 등장하는 고양이들을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 채널의 팬이 만든 ‘낭계도’를 참고할 것을 추천한다. 고양이들이 처음에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신체 특징은 어떤지 간략히 적혀 있어 시청의 가이드가 된다.
추운 겨울에 업로드된 영상에선 온돌방에서 따뜻함을 즐기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그 외에도 사계절의 뚜렷함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영상미와 그 화룡점정을 찍는 귀여운 고양이들이 중독적이다.
글. 원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