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초록 속으로 ― 국립산림과학원 김송현 산림행정원 인터뷰 (1)'에서 이어집니다.

홍릉숲에서 동물을 돌보는 시스템도 있나요?
국립산림과학원 내에서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어느 한 개체가 많아지거나 줄어들 때 숲에 어떤 파장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숲에서 산불 방지를 위해 낙엽을 긁어내거나, 수목이 고사할 조짐이 보이거나, 위험해서 벌채하는 경우 외엔 최대한 손을 대지 않아요. 예전에 태풍이 심하게 왔는데 그때 진입로 한가운데에 나무가 쓰러져 있었어요.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드러내고 주변 정리를 하긴 해요. 버섯도 많이 자라는데, 그걸 뽑아내거나 하진 않아요. 그 자체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거든요. 원래 버섯을 연구하는 부서가 홍릉에 있다가 수원으로 이사를 갔는데, 버섯 박사님이 종종 홍릉숲에 어떤 버섯이 자라났는지 근황을 묻기도 하세요.(웃음)
수목원 내에 나무병원이 있더라고요. 그곳은 어떤 일을 하나요?
국립나무병원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에서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수목이 상태가 좋지 않거나 할 때, 의뢰하시는 분들이 직접 시료를 가지고 오시거나 택배를 보내시는데요. 나무병원 박사님들이 시료를 분석을 해서 진단을 내리고, 때에 따라 왕진을 가기도 합니다.

여러 숲이 있는데, 홍릉숲만이 가진 매력은 뭘까요?
이곳엔 다양한 수종이 모여 있어요. 다른 기관들 혹은 해외에서 연구 교류차 받는 묘목들이 식재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나무들을 만날 수 있고요. 산책로를 조성하고, 조경 작업을 한 수목원들의 경우, 아름답지만 약간 인공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이곳은 인위적인 간섭이 적은, 숲의 울창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도시의 한가운데서 홍릉숲이 맡은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국내 기관 중에 10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정말 드물거든요. 일단 그런 상징성이 있습니다. 더불어 방문객들이 오셔서 숲속에서 힐링도 하시고, 식물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의 어린이들 역시 멀리 가지 않아도 숲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요. 어느 연구원분이 해주신 말씀인데, 연구실과 숲이 가까이 있다 보니 금방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연구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나무라는 생물 자체가 생장 주기가 굉장히 길잖아요. 오래전 선배님들이 뿌려놓은 씨앗이라든가 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연구를 해나간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세요.

행정원님이 숲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공간이나 식물이 있을까요?
제가 여기 와서 가장 감동받았던 나무는 올벚나무인데요. 이르게, 가장 먼저 핀다는 뜻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많이 아는 왕벚나무 등보다 훨씬 빨리 개화하고, 꽃잎에 분홍기가 훨씬 많이 돌아서 봄에 꽃이 피면 마치 솜사탕 같아요. 과학원 정문에서 왼편엔 약초원이 있는데, 거기 모감주나무가 한그루 있어요. 그곳을 가장 좋아합니다. 봄이 오면 황금빛의 샛노란 꽃을 피우는데, 굉장히 멋있어요.
도시에선 아무래도 숲이나 나무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기 어려운데요. 이 계절에 식물이나 나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신다면요?
보통 단풍잎을 떠올리면 잎이 다섯 개로 갈라진 붉은 잎이 생각나곤 하잖아요. 길을 다니다 보면 그 외에도 잎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나무를 보실 수 있어요. 같은 단풍나무라도 나뭇잎을 통해 차이점을 찾아보시면 조금 더 재미있으실 거예요!
SNS 관리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으셨던 순간,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기획이 있을까요?
소리 모임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받았던 이야기인데요. 그분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항상 아침 산책을 같이 하셨대요. 근처 공원이라든가 녹지 공간에서요. 소리 모임을 통해 강아지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선명하게 생각나서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주셨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팔로워 분들을 초대해서 소리 모임을 통해 전해드렸던 홍릉숲을 함께 산책할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글. 황소연
사진. 김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