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릭스 방송화면
환상에서 현실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를 만나는 사람들은 영우에게 서툴게 말 걸고, 무례하게 대한다. 그가 ‘보통’과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다. 장애인과 함께 있으면 봉사활동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당연히 폭력을 저질렀을 거라고 믿는 현실의 재현도 날카롭다. 그 안에서 인물들은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거나, 본인의 행동을 돌아본다. 덕분에 동료들이 명석한 영우를 질투하거나 법정 등에서 고초를 겪는 영우의 모습이 단순한 묘사로 보이지 않는다.
영우의 상상에서 헤엄치는 고래는 언뜻 그의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듯 보이지만, 영우는 고래의 세계와 법을 꿰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영우의 상상과 함께 그의 존재도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레 섞여든다. 이 드라마는 실수와 사과, 어울림 같은 ‘마찰’ 없는 사회는 불가능함을 말한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뒤엉켜 살아가야 함을 증명한다. 이 풍경을 현실로 가져와야 한다.
ENA 수, 목 밤 9시 방송
복수 ‘광공’의 하루 <이브>

ⓒ <이브> TVN 방송화면
“제가 죽이고 싶은 인간들을 하나씩 죽이는 꿈이니까, 소원을 이루는 꿈이죠.” 라엘(서예지)에겐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다. 복수의 대상들은 분명 악인이지만, 불륜을 일삼고 주변을 이간질하는 라엘 역시 독기로 가득하다. 인물들은 대체로 격앙되어 있다. 마치 사냥하듯 원한 상대를 쫓아다닌다. 재벌 2세의 아내인 소라(유선)는 라엘에게 “죽었다 깨나도 넌 상류층이 될 수 없다.”며 일갈하지만 딱히 ‘타격감’이 없다.
드라마에서 복수를 결심한 이들은 보통 ‘인생 2회 차’ 같은 초연함과 타인의 욕망을 멀리서 바라보며 증오를 유지한다. 뜬금없이 탱고가 등장해 상대를 유혹하기도 하는데, 주인공의 감정이 고양된 상태로 탱고를 추는 장면은 라엘의 분노를 오히려 ‘개그’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는 유치원생 생일 파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옷을 입고, 초반엔 낸 적 없었던 목소리 톤으로 상대방을 위협한다. 소라는 그런 라엘을 “개사이코”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이 드라마에 ‘개사이코’는 한둘이 아니다. 재벌 일가의 허영을 라엘이 무너뜨리는 플롯이 더 선명해지면 어떨까. 복수 ‘광공’으로서의 냉소도 복수극을 보는 재미니까.
tvN 수, 목 밤 10시 30분 방송
글. 황소연
사진. 넷플릭스 방송화면·tvN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