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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6 컬쳐

의미 없음의 의미 ― 포포민즈나띵

2022.06.15

디저트 가게를 방문할 때는 여러 면면을 살펴보게 된다. 어떤 디저트가 있는지, 공간은 어떠한지, 어디에 있는지. 아무래도 어떤 디저트가 있는지를 제일 중점적으로 보게 되지만 그 외에도 관심 있게 보는 것이 있다면 가게의 이름이다. 상호는 책의 제목, 영화의 타이틀과도 같다. 그 무엇보다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되는 요소이면서, 앞으로 어떤 것을 선보이고자 하는지를 간결하고도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에 그 의미를 알면 가게의 스토리나 콘셉트를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간혹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기는 가게가 있는데, 근래 만나본 곳 중 이름부터 흥미로웠던 곳은 성수동에 위치한 포포민즈낫띵(44 means nothing)이다.

그 이름을 직역하면 ‘44에는 의미가 없다’다. 의미가 없다는데도, 그 의미 없음의 의미가 궁금해진다는 점이 재미있다. 44가 뭐길래 의미가 없다는 건지. 그런데 매번 물어보고 나오는 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된 건 최근 들어서의 일이다.

포포민즈낫띵은 파티시에 아내와 디자이너 남편이 함께 운영하는데, 남편의 생일이 4월 4일인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한자와 그 발음이 겹친다는 이유로 ‘4’라는 숫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4가 두 번 겹친 4월 4일이 즐겁고 의미 있는 날일 수 있다. 이처럼 무엇이든 생각을 달리해보면 사소한 것도 소중하고 멋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편견을 깬 새로운 시각의 디저트를 선보이며, 어떤 이에게 소중한 의미를 갖는 파티세리가 되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케이크의 명명도 모두 일반적인 명사가 아니라 숫자다. ‘44’라는 숫자에서 시작된 이야기와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것을 좋아하는 파티시에의 마음이 더해져 어떠한 기준과 규칙을 통해 구분된다. 아직 그 규칙이 어떤 것인지 공개하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손님들이 직접 유추하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그러나 그저 이름과 콘셉트만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포포민즈낫띵을 갈 때마다 가게 이름의 의미를 물어보는 걸 깜빡했던 건 사실 이유 있는 ‘깜빡’이었다. 막상 디저트를 먹고 나면 거기에 마음을 빼앗겨 가게를 나서기 전까지 다른 생각이 들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디저트만 보더라도 즐겁고 흥미롭다.

생토노레 디저트인 ‘68’은 클래식한 스타일과 다르게 슈에 캐러멜 코팅이 없다. 그런데도 심심하지 않고 모든 레이어를 한번에 먹었을 때 무척 조화롭다. 단순히 생 체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체리를 캐러멜에 타탱처럼 졸여 만든 체리 타탱, ‘03’ 또한 체리로 타탱을 만든 것부터도 참신하지만 사워 체리와 다크 체리, 두 가지 체리를 이용해 식감의 대비뿐만 아니라 산도와 당도의 균형도 적절히 갖춘 덕분에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이처럼 갖고 있던 편견이나 생각의 틀을 흔들어주는 요소들이 있어 하나하나 인상적이다. 그리고 디저트를 구매하면 맛의 구성이나 제품의 의도가 자세히 쓰인 카드를 함께 주는데 이 카드에 적힌 설명을 읽고 디저트를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포포민즈낫띵을 가는 게 즐거운 이유 중 하나다.

그야말로 가게에 담긴 이야기와 콘셉트, 디저트 그 모든 것이 소중한 곳. 앞으로도 어떤 디저트로 어떤 새로운 의미를 보여줄지 기다려진다.

포포민즈낫띵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8, 1층
화~토 12:00~19:00 (일‧월 휴무)
인스타그램 @44meansnothing_seongsu


글 |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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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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