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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는 평등하지 않다

2025.09.11

에어컨 없이 지낸 3일, 그날의 기억

“서울 낮 기온이 37도를 넘어가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속출하며 기후 용어마저 재정립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진단까지...”

올해 여름, 유난히 끈질기게 내 귀를 스쳤던 뉴스의 앵커멘트 였다. 그 아침 뉴스 속 앵커의 목소리는 매년 여름이면 들을 수 있는 익숙한 멘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올해, 내게 그 말은 완전히 다르게 들렸다.

며칠 전, 집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 실내 온도는 35도를 넘어섰고, 선풍기 바람은 마치 온풍기처럼 뜨거웠다. 물수건을 이마에 얹어도 금세 뜨겁게 변해버렸다. 그때 나는 자다가도 몇 번씩 강아지의 가슴팍에 손을 얹어 숨이 잘 쉬어지는지 확인했다. 혹시라도 더위 때문에 그 애가 잘못될까 봐.

그제야 알았다. 폭염은 그저 더운 날씨가 아니라 ‘재난’이라는 것을.

도심 속의 무더위, 그 위의 약자들

길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폭염은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다. 특히 거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들에게 지난 한 달은 유난히 혹독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어섰다.

빅이슈코리아는 이런 빅판들을 위해 꾸준히 ‘자활장려주거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자활장려주거지원금’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빅이슈 코리아의 지원 사업이다. 빅이슈 판매원 일거리 서비스 참여자인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동안 월세 걱정 없이 자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주거지원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사업은 고시원에 있던 이들이 거주지를 잃게 되면 어디로 가게 되는지, 사회안전망이 단단치 못한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불행을 겪을 때 그 삶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 알기에 빅이슈 판매원 분들이 계속해서 자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되었다.

2025년 여름 자활장려주거지원금 전달식 사진

빅이슈는 이러한 지원금 제도를 시행해, 빅판들이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건강을 지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여름을 버티는 차원을 넘어, 삶의 기반을 잃지 않도록 돕는 장치인 셈이다. 특히 이번 여름 시행한 [불볕더위 속 빅판의 여름나기] 모금은 판매원들에게 자활장려주거 지원비를 지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

이 계절이 몰고오는, 숨이 막힐 듯 더운 바람과 뜨거운 열기는 단순한 일상의 불편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잔인한 조건이다.

기후 불평등, 재난의 사회학

도시의 더위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에어컨 없는 방, 다닥다닥 붙은 콘크리트 건물 속 40도 가까운 실내 온도,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무더위 쉼터. 이런 조건들이 ‘냉방 격차’를 만들고, 폭염의 피해를 특정 집단에 집중시킨다.

이 격차는 단순히 ‘더 덥다’의 문제가 아니다.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 노동력 저하,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다. 폭염은 이제 날씨가 아니라 재난이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그리고 이 불평등은 기후 위기 시대에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기후 위기는 모두에게 다가오지만,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이는 더위를 잠시 피하기 위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또 다른 이는 거리 위에서 생존을 건 하루를 버틴다. 재난은 불평등하다. 그리고 그 불평등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기후 위기의 시대에 반드시 내딛어야 할 첫걸음이다.

당신이 맞이한 여름과, 누군가가 맞이한 여름은 얼마나 다른가.
그 차이를 직시할 때, 폭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짜 대책이 시작된다.


글. 임팩트기자단 1기 황주현 글기자
사진. 빅이슈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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