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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3 인터뷰

TV는 디자인을 싣고 ― KBS 프로그램브랜딩 디렉터 김지혜 (1)

2022.09.25


'빠르고 편리한 스트리밍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1980⁓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은 사실 텔레비전 키즈였다. 그들은 자신이 그 시절 좋아한 프로그램이 뭐였는지, 그 방송의 오프닝이 어땠는지, 심지어 효과음과 자막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오늘날 방송국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장소이며, 동시에 추억의 자료가 아카이빙 되어 있는 박물관 자체다. 방송을 비롯한 영상 콘텐츠 디자인의 시작과 끝이 그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새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더 익숙해진 시대, KBS 타이틀 디자인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방송 브랜딩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기록하는 김지혜 디자이너에게 일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하세요?
KBS 방송 프로그램의 타이틀 디자인과 키 컬러, 포스터, 오프닝 CG 등 전반적인 비주얼 제작과 디렉팅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프로그램의 그래픽디자인을 맡았나요?
KBS의 대형 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하고 있어요. 삼일절과 광복절 같은 국가 기념일 행사나 <가요대축제>, <연예대상> 같은 연말연시 시상식을 맡았죠.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2021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2021 송년 특집 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연예가중계>, <6시 내고향>, <아침마당>, <한국인의 밥상>, <걸어서 세계속으로> 등 KBS 대표 장수 프로그램의 리브랜딩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방송 디자이너의 일과가 어떤지 궁금해요.
새로운 프로그램의 구성안이 나오면 제일 먼저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는 회의를 진행해요. 프로그램의 큰 특징, 중심이 될 만한 이미지와 컬러에 대한 견해를 조율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디자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후 몇 번에 걸쳐 제작진과 협의하며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수정과 보안을 거쳐 제작을 진행하고요. 확정된 타이틀 디자인은 웹 제작, 자막 CG, 홍보 팀에게 전달돼 포스터 제작과 오프닝 CG 제작에 들어갑니다. 방송 상황마다 스케줄과 인원 배치가 다르나 일반적으로 한 프로그램당 브랜딩 팀(타이틀 디자인∙포스터 디자인∙키 비주얼 등) 5명, CG 제작 팀(오프닝∙엔딩∙LED) 두 명이 진행해요. 보통 타이틀 디자인에 1~2주, 포스터 디자인에 1주, CG 제작에 2~3주가 소요돼요. 방송 타이틀은 글자 수가 몇 자 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많이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여 만듭니다.

ⓒ 김지혜 디자이너

다른 업종의 디자이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뭔가요?
다른 업종의 디자이너와 다른 점이라면 방송 디자이너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것이 특징인 것 같아요. 보통 디자인업계에서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하고 계획하고 회의하는 단계를 거친다면 저희는 길면 한 달, 빠르게는 일주일 안에 처리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요. 방송사마다 디자이너 수나 배당 프로그램 수가 다른데, 저희는 매달 디자이너 한 명당 세 개 이상의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고도의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방송 디자인에는 모션그래픽 영상 제작, 자막 CG, 세트 디자인 LED 영상 등 시각디자인 분야가 있는데, 전반적인 키 컬러와 디자인 콘셉트를 공유하면서 시각적으로 일관성 있는 디자인으로 브랜딩 효과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어릴 어떤 방송 프로그램을 좋아했어요?
저는 위인전이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초등학교 때는 <딩동댕 유치원>을 가장 좋아했고요. 그 외에도 <가족오락관>, <9시 뉴스>, 사극 <장희빈>, <한명회>, <용의 눈물> 등이 기억에 남아요. 저녁 시간대에 TV 리모컨 권한이 부모님에게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 것 같은데, 나름대로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요. MBC에서 방영한 <성공시대>를 보면서 나도 커서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직업인으로서 방송 디자이너의 마음가짐이 궁금해요.
선물을 받았을 때 포장이나 쇼핑백 예쁘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렇듯 KBS라는 큰 이미지와 아이덴티티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 하나하나 브랜딩이 잘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제가 할 일이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반복적인 일을 잘하지 못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 시작하는 걸 좋아하고요. 다행히 방송은 호흡이 빠르고 매번 다른 프로그램의 다른 제작진과 일하다 보니 재밌게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KBS 콘텐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같아요.
방송 프로그램도 브랜딩이 중요해요. 2018년을 기점으로 그동안 KBS가 보여주지 못한 디자인을 시도해보았죠. <연예가중계>에는 과감하게 플랫하고 모던한 디자인 형태와 레드 컬러를 사용했어요. 프로그램의 기존 디자인 형식을 벗고 도전하는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영 방송국이라는 특수성과 전통성에 대한 접근법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6시 내고향>, <아침마당>, <걸어서 세계속으로> 등 전통 있는 프로그램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어요.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을 함께 담아내야 하는 KBS 프로그램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옛 선배님들의 기존 작업물을 보면서 다시 공부하며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이 글은 'TV는 디자인을 싣고 ― KBS 프로그램브랜딩 디렉터 김지혜 (2)'로 이어집니다.


글. 정규환
이미지 제공. 김지혜

도시 생활자를 위한 1인 매거진 <정규환의 개인사정> 발행인.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의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kh.inspi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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