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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0 인터뷰

졸업보다 자연스러운 ― 조윤 씨가 말하는 대학 자퇴 (1)

2022.08.01

한국에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는 대학교 졸업장.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해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규범을 거절한 사람들이 있다. 조윤 씨는 대학 진학 후 자퇴를 했다. 그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진 선택이었다. 지금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카페 ‘슬금슬금’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을 그만둔 이후에도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에게, 대학 자퇴와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해 들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들이었다.


커피를 내리는 조윤 씨

대학교를 다니던 자퇴를 결정하셨는데요. 망설임이나 고민은 없었나요?
물론 처음엔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걱정이 앞섰고요. ‘내가 하는 선택이 맞는 걸까? 후회가 남으면 어쩌지?’ 싶었죠. 그런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한 걱정이 구체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요. 대학은 당연히 나와야 하는 거고, “고졸이 뭘 하겠냐”고요. 대학 졸업을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던 거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생각을 복기했던 것 같아요. 사실 별거 아닌데, 지레 겁먹었던 거죠. 핑계를 찾았던 걸 수도 있고요.

자퇴를 결정한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반응이 없었어요.(웃음) ‘그런가 보다’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괜찮겠어? 같은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대수롭지 않아 했어요. 아마 대학과 삶을 별개로 보는 시각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던 친구들이었던 것 같아요. 나 저녁으로 뭐 먹었어,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더라고요. 큰일 같지만 큰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선택의 순간이었던 거죠. 과장되지 않은 반응에 자퇴했다는 실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같아요.
큰 결정을 내릴 때는 후회가 적은 편이에요. 후회할 거리는 찾으려면 쉽게 찾게 되잖아요. 이게 큰 영향을 준 건지 모르겠는데, 제가 성인이 되자마자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했어요. 그때부터 인생이 수많은 결정의 반복이었어요.

조윤 씨가 집에서 좋아하는 공간인 침실의 모습.

자퇴 이후에 결정한 다른 선택도 궁금합니다.
자퇴를 하고 나서 시민단체 일을 그만뒀어요.(웃음) 저는 제가 거기서 평생 일할 줄 알았거든요. 활동이 너무 재미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으니까요. 오히려 그 결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걸 그만두면 뭘 하지, 싶었던 것 같고요. 번아웃도 경험했거든요. 1년간은 과감히 쉬었는데, 그게 저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여행도 가고 하고 싶었던 걸 많이 했으니까요. 학교에 다닐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계속 돈을 벌고 쉬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경험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후엔 시민단체와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했었어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다녔는데, 여행 끝나고 돌아와서 얻은 첫 직장이었어요. 2년 정도 일하면서 매니저까지 했고요. 시야가 많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아주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친해졌거든요. 거기에 오히려 대학거부자가 많았어요.(웃음) 제가 한번은 직장 동료에게 물어봤어요. 대학 안 간 것 후회 안 하느냐고요. 그분은 후회 없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 다르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때 제가 뭔가 새로 시작하는 게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사전 인터뷰에서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사건을 인생의 기점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스무 살이 되고 처음 간 일터에서 임금 체불을 겪었어요. 백화점에서 주말에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 계단에서만 쉴 수 있었고, 구내식당에도 못 갔거든요. 최저임금도 못 받았고요. 정확하게 말하면, 최저임금을 몰랐어요. 당시 최저임금은 5,210원이었는데, 전 시간당 5천 원을 받았어요. 친구가 임금 체불이라는 걸 알려준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주휴수당도 못 받았더라고요. 그만둔다고 말하고, 어떤 배짱이었는지 점장님께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에 대해 말을 했거든요. 근데 점장님이 갑자기 화를 내더라고요. “왜 이렇게 계산적이냐”고요.(웃음) 이게 좀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제가 아무것도 몰랐단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일을 하고 돈을 버니까, 혼자 살아갈 힘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학교에선 그런 걸 안 알려줬을까 싶기도 했어요. ‘최저임금도 모르는데 대체 뭘 공부하겠다는 거지?’ 그런 의문도 들었고요.

이 글은 '졸업보다 자연스러운 ― 조윤 씨가 말하는 대학 자퇴 (2)'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사진제공. 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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