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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9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2021.04.28 | 활동가의 아름품 일지

카라 입양팀은 다양한 지역에서 구조한 동물을 국내와 해외에 입양 보내기 전후에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팀이다. 정책적인 사업과 함께 동물 돌봄, 입양 홍보까지 포괄한다. 나는 그중에서 카라 입양팀이 관리하는 아름품 입양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일하기 전에는 이곳에서 커피도 팔았다고 하는데 이제 음료 제조는 하지 않고, 입양을 기다리는 개와 고양이들을 보러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도 하고 입양 상담도 하는 곳이 되었다. 카라는 지난해 초 파주에 카라 더봄센터라는 큰 보호소를 지었으나 행사 외에는 아직은 단순 방문 일반인에게는 입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아름품에 있는 개와 고양이들은 당장이라도 입양이 가능한 아이들이다. 비교적 온순한 성격에 다른 개들하고 잘지내는 성견들과 하루라도 어릴 때 입양을 보내야 할 어린 강아지들이 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이가 나는 강아지들은 간지러워서 의자나 책상 모서리 같은 곳을 갉기도 한다. 처음 입소하는 개들은 기존에 있던 개들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한다. 배변 패드에 가서 똥오줌을 싸는 개들을 따라 어린 강아지의 배변 교육도 자연스럽게 되는 셈이다.

아톰이라는 개는 아침에 우리 활동가들이 출근하거나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방문하면 반가운 마음에 장난감을 일단 입에 물고, 귀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꼬리를 흔들면서 반긴다. 다른 날 보니 다른 개들이 아톰이랑 똑같이 하고 있었다. 사회화를 따로 교육하거나 훈련시킬 필요가 없다. 잘못된 사회화의 경우에만 우리 활동가들이 개입해서 혼을 내거나 못 싸우게 훈육한다.

무조건 따라 한다고 좋은 게 아닌 건 있다. 똥 먹는 개가 있으면 안 먹던 개들도 먹기 시작한다. 아무리 혼내도 활동가들이 잠깐 다른 일 하는 사이에 일은 벌어진다. 똥을 싸려는 개의 뒤를 따라가 똥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곧바로 입으로 받아먹는 ‘고급 스킬’까지 갖추었다. 한때 내 소원이 남북통일도 아닌, ‘애들이 제발 똥 먹지 않게 해주세요.’였다. 물론 이런 경우는 입양 가고 나면 자연스레 고쳐진다.

눈빛으로 말하는, 나를 두고 가지 마세요
이곳에서의 나의 역할은 개들이 오늘 하루 밥은 잘 먹었는지 잘 놀았는지 잘 잤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챙겨, 입양 가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람은 무섭지 않고 같이 살기 나쁘지 않은 존재라고 서서히 느끼게 해주는 것도 나의 일이다. 유독 큰 눈에 정말 이름 그대로 예쁜, ‘이쁜이’라는 아이는 평생 다른 사설 보호소에 살다가 지난해 11월에 아름품에 입소했다. 만지려고 하면 이리저리 잘도 피하고 어쩌다 손이 닿으면 돌고래 소리를 내며 도망 다녔다. 이제는 먼저 꼬리를 치며 다가오고 안아주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입양 신청은 온라인에서 서류 접수로 받는다. 서류가 통과되면 입양팀의 팀장님이 전화 인터뷰를 한 후 입양날짜를 확정한다. 활동가 두. 명이 입양 갈 아이를 직접 데리고 가정을 방문한다. 입양 전에 개를 안 키워봐서, 이것저것 잘 적응할지 미리 걱정부터 하는 분들이 많다. 새로운 생명체를 들이는 일이라 걱정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개들은 시간을 들여 곁에 있어주고 매끼 밥을 잘 챙겨주면 결국은 다 보호자를좋아하게 되어있다.

아름품에서 입양 간 ‘보미’라는 아이가 두세 달 후에 ‘이담’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보호자와 아름품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계속 보호자에게 안아달라고 매달리는 걸 보고 뿌듯했다. ‘보미와 보호자와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었구나.’ 싶었고, 보미가 보호자에게 마치 ‘나는 다시 여기에서 살지 않을 거야. 나를 두고 가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좋은 의미의 두려움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입양 가서 잘 지내는 모습을볼 때 가장 기쁘고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


구정은
사진제공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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