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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4 스페셜

딥슬립을 위한 ASMR은 어디에

2020.09.10 | 스푼 라디오와 ASMR

‘자기 전 듣기 좋은 라디오’라는 콘셉트의 광고로 잘 알려진 스푼 라디오(이하 스푼) 앱을 다운로드했다. 유튜브에서 접하던 ASMR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스푼이 직접 주파수 맞추는 재미를 일깨운다면, 유튜브 ASMR은 TV를 보다 잠드는 듯한 특유의 매력이 있다. 취침 전 들을 만한, 혹은 숙면을 부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있다. 유튜브에서 본 광고처럼 느린 속도로 속삭이듯 말하는 방송이 심야 시간에 많은 청취자를 모으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기하는 듯한 목소리, 방송 흐름 변화에 민감한 이들에게 취침용으로 추천하기는 망설여진다. 오히려 다른 일을 하면서 듣기 좋은 노동요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눈에 띈 건 ‘소개팅’ 방송이다.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지만, 모두가 매우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모습은 인터넷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별풍선’처럼 DJ에게 ‘스푼’을 보내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아프리카TV’와 비슷하다. 스푼은 DJ들의 수익원인 셈인데, 이를 빌미로 기존 인터넷 방송처럼 과도한 요구를 하는 이용자가 있진 않을지 우려되기도 했다. 또, 음란성 콘텐츠로 의심되는 방송도 종종 눈에 띄었다. 스푼에서는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러한 방송을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휴일 낮 발견한 잔잔한 방송
주말 낮, 스푼에서 우연히 조용한 목소리를 가진 DJ의 방송을 들었다. “진짜 라디오 같아서 깜짝 놀랄 거예요!”라는 문구에 끌렸다. 스푼에서는 방에 입장하면 거의 모든 DJ가 당신의 닉네임을 불러주며 인사한다. 과거 종종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이주연의 영화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의 소유자가 말했다. “○○님, 어서 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는지요?” 부담스러우면서도 신기하다. 이날의 방송 내용은 간단한 심리 테스트. DJ는 “당신은 나비가 되었습니다. 어떤 꽃에 앉아 있습니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상파 라디오 방송의 요일별 코너 느낌이다. DJ가 청취자에게 질문하거나 답변을 해주고, 중간중간 신청곡을 틀어주기도 했다. 저작권 문제로 곡 전체를 들을 순 없지만, 방송 콘셉트에 따라 뮤지션 한 명의 노래가 그날의 선곡표를 차지하기도 한다. 방송 분위기를 좌우하기에는 충분하다. 사람들은 DJ가 컵에 물을 따르는 소리나 인사, 대답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고, DJ 역시 이들의 대화를 방송의 연료로 삼았다. 낮잠에 들기 좋은 방송이었다.

보고 듣는 ASMR
밤에는 유튜버 몽실언니의 ASMR을 ‘보았다.’ 메이크업을 해주는 콘셉트의 영상이었다. 메이크업 숍, 미용실 등을 주제로 한 상황극은 다양한 소품을 ‘팅글’에 활용할 수 있고 시청자를 가상의 고객으로 설정할수 있어 ASMR을 주력 콘텐츠로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선택하는 주제다. 나른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하는 목소리와 배경음악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다만, 유튜버의 영상은 녹음보다 녹화에 가깝다. 잠들기 위해 ASMR을 틀더라도, 필연적으로 몇 초간은 화면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유튜버 몽실언니의 영상에서 유튜버의 연기를 보지 않고 음성만을 감상하는 건 어쩐지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개그우먼 강유미의 ‘도를 아십니까 ASMR’에서 사람들이 가장 열광한 건 어디선가 들어본 특유의 목소리 톤이었지만, 수상한 머리띠를 비롯한 스타일링과 표정도 한몫했다.

좀 더 강력한 팅글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에는 직접 마이크에 손이나 소품을 비벼서 소리 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있다. 잔잔한 음성이나 효과음이 아니라, ASMR의 오락성을 더욱 강조한 콘텐츠들이다. DJ들의 개성을 드러낼 방법이 라이브방 제목과 방의 기본 이미지, 그리고 DJ의 목소리인 스푼의 경우, 이러한 콘텐츠는 ‘잡음’이 될 우려가 크다. 스푼에서는 빗소리가 들리는 가운데에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편안한 느낌의 ASMR이 인기를 끈다.

쏟아지는 음성 콘텐츠 속 목소리나 음악에 지쳤다면 단순한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슬라임 열풍을 타고 잘 알려진 ‘키네틱 샌드’를 칼로 썰거나 막대기로 두들겨 평평하게 만드는 영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유튜버의 영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전부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는 특효다. 소리에 익숙한 우리는 무음보다 빗소리나 파도 소리를, 나아가 따뜻한 목소리를 계속 갈망하지 않을까. 정착할 콘텐츠를 찾지 않아도 괜찮다. 더 잘 잠들기 위한 ASMR은 크리에이터들이 계속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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