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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0 에세이

February 2020

2020.02.11 | 일러스트 에세이

어느덧 2월입니다. 의기양양했던 새해 첫날과 지금의 제 모습을 자꾸 비교하고 시기하게 되네요. 그 많던 '새해 복'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때 한 몇 가지 다짐들-이를 테면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겠다는 욕심 혹은 야망-이 벌써 비실대고 있는데 다시 숨을 고르고 신발 끈 동여매며 차분히 걸어 나가고자 합니다. 물론 잘 먹어서 튼튼한 다리가 필요하겠지요. 어찌 되었든 건강이 최고입니다. 저는 캐나다라는 낯선 나라에서 새해를 맞이하였고 조금 더 있으면 처음 만난 사람들의 'How long have you been here?'(여기서 얼마나 지냈니?)라는 질문에 1년이라고 답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딱 3주 됐어, 아직 두 달밖에 안 됐어, 이제 네 달째야, 거의 8개월째일걸 이렇게 답해왔던 제가 갑자기 1년이라고 말해야 한다니, 이상하게 정신이 퍼뜩 들어요. 낯선 나라에서 사는 것이 여행이 아닌 일상이 되니 허투루 보내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주변에서 보아왔던 '해외 생활'같은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거나 여행도 여기저기 다녀야 할 것 같아 조급함도 느껴지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생겼다는 건 이곳에 얼마간 적응해서 편안해졌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며 좋게 생각하려 해요. 올해는 너무 열심히, 늘 긴장한 채로 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작년 말의 저는 심한 기침에 한 달 내내 시달린 데다가 차도가 없이 일을 많이 해서 이날이 저 날 같고, 저 날이 그날 같은 그저 단조로운 나날들을 보냈었어요. 매일 똑같은 하루는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마음으로는 똑같이 힘들고 지겹다고 느껴질 때가 있죠. 그래서 이번 호의 일러스트는 매일의 해와 매일의 달이 뜨는 것처럼, 새로운 날들을 잊지 말자는 바람으로 그려보았습니다. 그나저나 2020년은 늘 몽땅해 보였던 2월이 하루를 더 얻어 좀 더 존재감을 뽐내는 해입니다. 왠지 윤년만을 기다려왔을 2월을 생각하는 마음에 이번 2월 29일은 소중하게 보내야겠어요. '빅이슈' 빅판, 빅돔님들과 독자님들 모두 2월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매일의 복 많이 받으세요.


글・일러스트 이지혜
새벽에 하루를 엽니다. instagram/indie_lo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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