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216 컬쳐

지금 주목할 만한 문화 콘텐츠

2019.12.05 | 영화 '결혼 이야기',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MOVIE

결혼 이야기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스칼렛 요한슨, 애덤 드라이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극장개봉 11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12월 6일

“니콜은 선물을 잘 골라요. 아이에게 책을 잘 읽어주는 좋은 엄마죠.” “찰리는 친화력이 있어요. 모든 사람을 자기 가족으로 만들어요.” <결혼 이야기>는 아내 니콜이 남편 찰리의 장점을 나열하고, 찰리가 니콜을 칭찬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사실 둘은 이혼 전 상담을 받고 있으며, ‘상대의 장점을 써오라’는 상담사의 숙제를 해왔을 뿐이다. 극단을 운영하는 감독 찰리는 함께 행복한 줄 알았던 니콜의 이혼 요구에 당황한다. LA에서 영화배우로 인기를 끌었지만, 찰리를 만나 뉴욕에 정착하고 극단에서 연기를 하던 니콜은 LA의 제작사에서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자 아이와 함께 LA에 정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찰리는 가족의 거주지는 뉴욕이라는 생각에 이를 반대한다. 결혼 생활 동안 자신은 사라지고 찰리의 원플러스원이 된 것처럼 느꼈던 니콜은 찰리를 떠나 자신의 삶을 꾸리려 하고, 찰리는 그런 니콜이 다시 LA로 돌아올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이혼 변호사 없이 원만히 이혼을 하기로 했던 약속과는 달리 니콜이 LA에서 이혼 변호사 노라를 수임하고, 둘의 이혼은 진흙탕 싸움이 된다.


<프란시스 하>,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의 노아 바움백의 신작이자 넷플릭스 무비인 <결혼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1979 와 닮아 있다. 이혼 소송 중인 부부가 양육권 때문에 법정에서 크게 다투고, 이혼 변호사는 상대의 작은 결점을 엄청난 악행처럼 부풀리며 그가 양육 부적격자임을 지적한다. 이혼 과정에서 변호사의 입으로 전달되는 상대의 일면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만, 그 점이 오히려 그간 서로에게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들춰내는 방식이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가 이혼 과정 속 이미 봉합할 수 없는 남녀 관계를 보여준다면 <결혼 이야기>는 니콜과 찰리, 각자의 시선에서 관계가 인간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또한 성장시키는지에 집중한다. 내심 자신을 좋은 남편, 좋은 아빠라고 여기던 찰리가 니콜의 상처를 처음 들여다보며 홀로 노래 부르는 장면, 쿨한 척하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마주보고 악담을 퍼부으며 설전을 벌이는 장면 등은 완벽하게 짜인 고전 연극을 보는 것만 같다.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는 최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베니스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었으며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1월 27일

프랑스 전설의 배우 파비안느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을 발간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딸 뤼미르와 뤼미르의 남편, 손녀 샤를로트가 어머니의 집을 찾는다. 사실 뤼미르는 평소 거짓말을 잘 하고 허세가 있는 엄마가 책에 딸에 대해 어떻게 써놨을지가 불안해 도착하자마자 회고록부터 들춰본다. 밤새 책에 ‘파비안느의 거짓말’을 체크하며 정독한 뤼미르는 아침이 되자마자 책 속 거짓말들에 대해 엄마에게 따진다. “엄마가 학교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고? 엄마가 아니라 사라가 데리러 왔잖아.” 파비안느의 젊은 시절 친구이자 지금은 죽은 사라라는 인물은 모녀의 대화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며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파비안느의 매니저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자 뤼미르는 엄마의 임시 매니저를 하며 촬영 현장을 따라가고, 그 곳에서 떠오르는 프랑스의 신예이자 사라를 닮은 마농을 만난다. 여전히 배우로서의 자긍심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전부인 파비안느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하는 마농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지고, 뤼미르는 엄마에 대해 차츰 알아간다.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가 출연하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가장 의외인 점은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점일 것이다. 가족의 관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던 일본의 감독이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들과 함께 ‘모녀’의 심층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가족의 비밀, 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것은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과 비슷하지만 거기에 ‘배우란 어떤 사람인가’ ‘배우가 연기를 할 때 무엇이 작동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더해졌다. 어머니와 딸이 화해하는 과정 또한 계단을 밟아 내려가듯 치밀하게 표현되었다. 무엇보다 대배우를 연기하는 대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의 연기는 그 스스로가 이미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닌 장면을 연출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평생 배우라는 직업에 사로잡혀 ‘대사가 없으면 사과조차 못 하는 배우 파비안느’가 된 까뜨린느 드뇌브의 천연덕스럽고 리드미컬한 연기가 영화를 장악한다.


김송희

  • Life Hack

    일상생활의 일부분을 더 쉽고 효울적으로

  • 컬쳐

1 2 3 4 5 

다른 매거진

No.320

2024.04.15 발매


데이브레이크

No.319

2024.05.01 발매


홍이삭

No.317

2024.03.01 발매


위라클 박위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