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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06 이슈

INSP

2019.07.26 | 참 ‘잘’했어요!


“You did a great job!”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전 세계 스트리트 페이퍼들의 네트워크인 INSP가 주최한 2019 Global Summit에 참석하며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바로 “참 잘했어요!”였다. 그것은 50여 개 넘는 스트리트 페이퍼들이 서로의 잡지를 한곳에 쌓아놓고 가져가는 일정으로 시작된 첫째 날, 빅이슈코리아의 잡지가 가장 빨리 사라진 것과 같은 이유기도 했다. 누가 봐도 가장 두툼했기 때문일까, 한국에서부터 끌고 온 24권을 쿵- 하고 내려놓자마자 잡지 제작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100페이지 분량을 2주에 한 번씩, 네 명의 편집국 기자와 두 명의 디자이너가 만드는 것이 일상이라는 말에 다들 그것이 가능하긴 하냐며 기겁했다. “가능해. 건강, 돈 그리고 개인의 삶을 포기하면 말이야”라며 웃음 섞인 대답을 내놓았지만 마음은 전혀 편하지 않았다. 진담 섞인 농담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양함은 곧 즐거움

사실 해외 출장을 떠날 때마다 걸리는 저주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출장 일정과 마감 일정이 매번 겹친다는 점이다. 더욱이나 이번 출장이 체력적인 고난이었던 이유는 쉴 틈 없는 일정으로 채워진 워크숍 때문이기도 했다. 오전 9시부터 전문가들의 강연이, 오후에는 에디팅, 세일즈, 마케팅, 매니지먼트 등의 분야로 나뉘어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이 이어졌다. 이 모든 일정을 끝낸 뒤에도 밤새 노트북을 껴안고 마감에 쫓기며 전전긍긍했으니, 지금까지도 온몸이 쑤셔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성피로 포화 상태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워크숍에 참석한 시간은 놀라울 만큼이나 행복했다. 25개국이 모인 만큼 각자의 특색을 가진 잡지를 만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0년 넘게 잡지를 책임져온 편집팀, 오직 세 가지 색깔로만 매호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엄마가 판매원을 관리하고 아들이 사진을 찍고 딸이 기사를 쓰는 가족, 이사회를 맡고 있는 판매원까지.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다양함은 곧 즐거움으로 이어졌다.

잡지란 이름 아래

그 무수한 만남 중에서도 INSP 뉴스 사이트에서 눈여겨봤던 기사를 만든 저널리스트, 포토그래퍼, 디자이너를 만나 기획, 취재 과정에 대해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눈 건 단연 최고의 경험이었다. 좋은 잡지란 좋은 글, 결에 맞는 사진, 그리고 훌륭한 디자인까지 모든 요소가 들어가야 완성되는 것이기에 그에 대한 끝없는 토론은 생산적이면서 즐겁기까지 했다. 그중에서도 《빅이슈》 204호에 실었던 판매원 결혼 기사를 쓴 인물이자 최근 판매원들의 식사를 찍은 기획 화보를 냈던 <더 커브사이드 크로니클The Curbside Chronicl>의 에디터 네이선 포페와의 만남은 인상 깊었다. 알고 보니 직접 제작한 설문 조사를 통해 판매원이 먹은 빵과 과자 개수까지 정확히 세어 촬영을 진행했다고. 이렇게 타 매거진의 취재 과정에 숨어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으나, 《빅이슈》에서 진행한 사회적 이슈 관련 기사와 K-POP 뮤지션 및 배우의 화보를 보여주는 것 또한 뿌듯한 경험이었다.

문제의 정의

디자인과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 외에도 다른 잡지들의 세일즈 및 마케팅 방식과 다양한 복지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서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 에 대한 토론은 진정 흥미로웠다. 책은 무조건 규칙적으로 나와야 하나 그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은 불규칙하기 그지없다는 점, 내·외부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순간 무시당 하거나 대응 방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랬다. 이는 빅이슈코리아뿐만 아니라 워크숍에 모인 몇몇 스트리트 페이퍼 또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의 끝에 빅이슈오스트레일리아의 매니지먼트 담당은 이렇게 말했다. “문제의 정의는 그것을 제기하는 개인에게 달려 있다. 마치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했을 때, 타인에게 높은 곳에 있는게 뭐가 무섭냐고 무시당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인 것처럼.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타인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제기하는 사람의 입장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마련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이기도 했다.

모든 등수를 기억하는 세상

온갖 명언과 깨달음이 오간 시간들 중에서도 혼자 이곳에 온 것이 가장 아쉬웠던 행사가 INSP 어워즈였다. 한 해에 스트리트 페이퍼들이 달성한 목표를 조명하고 축하하는 이 행 사에서 《빅이슈》는 ‘Best Cover’, ‘Best Design’, ‘Best Photograph’, ‘People’s Cover’로 잡지 콘텐츠 관련 네 개 부문 에서 톱 5에 올랐다. 결국 1등은 하지 못했지만 이미 파이널 리스트에 오른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아서 조금 놀라울 정도였다. 후보를 발표할 때 “《빅이슈》 프롬 사우스 코리아”가 계속해서 장내에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주었고, 나 또한 수상한 이들의 결과물이 대단했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후, 뒤풀이 파티에서 두 개의 상을 거머쥔 슬로베니아 에디터를 만났다. 《빅이슈》 와 같이 후보에 오른 상을 받을 수 있어서 더욱 영광이라는 그의 말에 물밀 듯한 감동을 느꼈다. 향하는 대상이 누구든, 기쁨이란 존재는 언제나 나눌수록 배가된다.

One and Only

수많은 논의, 수많은 화려한 행사와 술자리까지. 여러모로 빼곡했던 워크숍 일정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자 그동안 정이 들었던 친구들과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장장 네 시간의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가 보낸 시간을 ‘One and Only’라 고 일컬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우리가 다음 해에 만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애틋한 굿바이 인사와 함께 포옹을 하던 중 캐나다 에디터가 내게 각자의 오른쪽 방향으로 고개를 얹고 허그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심장과 심장이 닿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포옹을 할 수 있다며. 그녀의 설명에 울컥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마지막 포옹을 마쳤다.

나는 이제 ‘유일하다’가 ‘다신 오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일하기에, 소중한 것이라 믿는다. 이번 서밋에 참석한 여성 참가자들을 위한 그룹을 만들고, 서로의 기사를 공유하며 피드백을 얻기 위한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것처럼 우리의 유일하고 소중한 시간은 어떻게든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도 ‘잘’ 만든 잡지, 세상을 바꾸는 잡지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동료로서 그 길을 함께 걸어 나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INSP 의장 페이가 마지막 연설에서 했던 말처럼.

“Let’s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Editor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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